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세계정복을 하면서 도로부터 건설했다. 도로망 확충은 로마제국 건설의 촉매제였다.

세계 최초로 건설된 고속도로는 이탈리아 A1이다. 무솔리니는 집권한 지 2년 뒤인 1924년에 밀라노와 북부 호수지방 코모 주변을 잇는 80㎞의 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이후 무솔리니는 1935년까지 500㎞를 개통시켰다. 나폴리에서 밀라노까지 남북으로 달렸다. 

1933년에 히틀러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그는 A1을 주행하고서 ‘태양의 도로’라고 극찬했다. 독일에 돌아가서 히틀러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까지 구간을 1935년에 개통했다. 이것이 아우토반(autobahn) 최초 구간이다. 히틀러는 총연장 약 1만 4천㎞를 목표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건설이 중단될 때까지 약 3860㎞를 완성했다.

히틀러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 타개책으로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그 결과 실업이 줄어들었고 히틀러 인기는 치솟았다.  

더구나 아우토반은 독일을 세계 굴지의 자동차 대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됐다. 폭스바겐(Volkswagen)도 히틀러가 ‘국민차’를 만들라고 지시한 데서 시작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12월 6일부터 15일까지 서독을 방문했다. 방문목적 중 하나는 서독 파견 광부와 간호사 위안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이 보여주듯 광부들은 지하의 막장에서, 간호사들은 시신을 닦고, 중증환자 간호 등 궂은일도 마다 않았다. 1억 5천만 마르크의 제1차 경제개발계획자금도 광부와 간호사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으로부터 빌린 것이었다. 

12월 10일 박 대통령은 루르 지방 함보른 탄광을 찾았다. 광부와 간호사 350명이 환영했다. 박 대통령은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라고 연설했다. 연설 도중 광부와 간호사들이 울자 박 대통령도 울었고 강당 안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한편 박 대통령은 본에서 쾰른까지 왕복 40㎞의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두 차례나 차를 세워 서독 관계자에게 아우토반의 건설과 소요비용·건설기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1967년 11월 7일 박 대통령은 건설부 장관에게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지시하며 직접 지휘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착공하여 1970년 7월에 완공됐다. 길이는 428㎞, 건설비는 429억원으로 도쿄-나고야 고속도로 건설비의 5분의 1이었다.   

경부고속도로는 전국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었고, 자동차공업과 토목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기여했다.  

히틀러는 아우토반을 건설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전략적인 도로는 전제군주에 의해 지어졌다. 로마, 프로이센, 프랑스가 그랬다. 그 도로들은 나라를 직선으로 가로지른다. 다른 모든 길들은 꼬불꼬불하고 사람들의 시간만 낭비한다.” (더글러스 러미스 칼럼 ‘슈퍼하이웨이’, 경향신문 2014.12.22.) 

그랬다. 세 권력자는 국가 동맥을 건설했다. 하지만 모두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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