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한국과 일본이 23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이렇게 중요한 협정을 국민들이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체결해 버린 한국정부는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은 미국과 2007년이 되어서야 겨우 GSOMIA를 체결했다. 미일 간에서 미일안보조약이 체결된 것은 1952년이었고 그때부터 미일동맹은 군사동맹이었는데도 일본은 계속 미국 측 요청, 즉 GSOMIA를 맺자는 요청을 거절해왔다. 이유는 다른 법률로 충분히 군사정보까지 교환할 수 있다는 데 있었고, 그것보다는 일본 내의 모든 군사정보를 미국에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데 진짜 이유가 있었다. 필자가 알아본 결과 이번 한일 GSOMIA는 2007년의 미일 GSOMIA와 조문 하나하나가 거의 똑같이 만들어져 있다. 미일 GSOMIA의 복사판이 한일 GSOMIA인 셈이다.

2006년 9월 일본에서 1차 아베정권이 출범한 후에 미일 GSOMIA 체결이 급속도로 추진되었다. 당시 아베총리가 추진하기 시작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성사가 현실화되면 미일 GSOMIA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 다시 집권한 아베총리는 2014년 9월 국회에서 안보법제를 강행 처리해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즉 미국과 같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미일 간의 사례를 봐도 GSOMIA는 단순한 군사정보교환협정이 아니다. 국방부는 한국이 30개 이상의 나라와 GSOMIA를 이미 체결했다고 하면서 한일 GSOMIA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각 나라의 GSOMIA가 다 같은 내용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많은 나라들과의 GSOMIA는 단순한 정보교환차원의 협정일 수 있지만 미일 GSOMIA, 그리고 한일 GSOMIA는 공동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것을 전제로 한 GSOMIA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한일 GSOMIA 체결로 교환되게 된 군사정보에는 군사 작전 데이터, 전략 정보, 암호체계, 군사장비와 무기의 기술 정보 등이 모두 포함된다. 바로 한일 GSOMIA는 미일 GSOMIA와 마찬가지로 유사시를 전제로 한 군사협정인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만이 필요하다면 미국을 통한 정보교환이라는 기존의 틀을 정교화시킴으로서 충분히 정보취득이 가능했다. 군사정보란 구두정보, 문서정보 등도 있지만 최근 대부분의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된 전자정보이므로 미국을 중간에 넣는다 하더라도 정보 교환 속도만 높이는 기술을 향상시키면 동시에 3국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체계구축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먼저 그런 체계를 생각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논의는 전혀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국정 마비상태를 편승해서 협정을 체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인 것이다. 이에 야당들도 GSOMIA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정이니까 반대한다는 식의 몰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에 실패했다. 여야가 진상을 잘 모르는 사이에 한국을 전쟁터로 만드는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유사시를 전제로 할 때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 한국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한일 GSOMIA는 북한의 위협을 말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유사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군사작전 데이터와 군사기술의 정보교환 등을 가능하게 하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일 GSOMIA다. 그러므로 오히려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유도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GSOMIA 체제를 통한 한미일 공조는 신 냉전을 가속화시키고 제2의 한국전쟁을 유발할 요인을 크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한국은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의지하면 안 된다. 북한의 정보를 좀더 많이 갖고 싶다면 우선 방산비리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이나 미국에 한국 같은 방산 비리가 있는가? 북한의 핵위협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이 실제로 핵공격을 포함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즉시 개입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공격할 일은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사드배치결정에 이어 한일 GSOMIA 체결로 북한과 중국을 공격할 태세를 한미일 3국이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 현재 중국의 반응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신 냉전체제는 이제 시작되었다. 한국은 이런 결정에는 좀더 신중하고 국민들에 대한 설명책임을 다 하면서 진행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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