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여명→1만5천여명..랏차담넌 거리외 시내 평온 회복

(방콕=연합뉴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를 지지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17일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촉구하며 이틀째 `혈액 시위'를 벌인다.

친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일명 레드셔츠)은 16일 정부청사와 집권여당인 민주당 당사 주변에 UDD 회원들로부터 수혈받은 피를 뿌린 데 이어 이날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 자택 주변에서도 같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UDD측이 `혈액 시위'라는 극단적 시위 전략을 동원한 것은 지난 14일부터 시위대가 방콕 랏차담넌 거리에 집결, 의회해산을 요구했지만 정부측이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UDD는 16일 오전 8시부터 약 30만㏄의 피를 시위대로부터 수혈받아 정부청사와 민주당 당사 주변에 피를 뿌렸으나 정부청사 등으로의 진입을 시도하지는 않아 군경과 시위대 간에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일반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피를 섞었다"며 "아피싯 총리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때 국민의 피 위에 앉아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UDD 지도부는 혈액 시위를 이어가며 정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태국 북부와 동북부 등 지방에서 올라온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 장기화와 혈액 시위에 대한 혐오감 등으로 시위 대열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당국은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던 지난 14일에는 시위대 규모가 10만여명에 달했지만 16일 밤에는 1만5천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탁신 전 총리는 16일 밤 "반정부 집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시위 참가자들이 시위에 교대로 참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위대 규모가 줄어든 것이 전적으로 탁신 전 총리의 이같은 '교대 참가' 촉구에 따른 것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시위대 규모가 줄어들고 우려했던 충돌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집회장소인 랏차담넌 거리를 제외한 방콕 시내는 대체로 평온을 되찾은 모습이다.

안보담당인 수텝 타웅수반 부총리는 "시위 참가자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방콕과 지방에서 잇따라 폭탄사고가 발생하는 등 불안 요소가 상존하는 만큼 시민들은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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