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를 부른 해바라기

이서영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핼쑥한 몸으로
흙 속에 젖줄 삼키고
살갗 찢어 뿌리내린다

지나가는 여우비에 
달콤한 별미를 먹고
싱그런 입술로, 두 팔 벌려
하늘을 솟는다

살쾡이의 발톱으로 할퀴고
살무사의 긴 몸으로 휘감아
죽느냐 사느냐
아찔한 순간에도, 그곳 해만 바라보며
낑낑대고 씁쓰레 웃는다

하늬바람에 너풀거린 넓은 잎새에
어두운 구름 묻어 버리고
얽히고설킨 이야기 속에 
마음껏 피어나던 해바라기는 
가슴에 작은 집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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