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목사 안수증. 한기총 소속 총회장, 노회장들이 신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돈을 받고 목사안수증을 교부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치와 교회-⑤] 이단논쟁‧부패로 쇠락한 한국교회

최순실사태로 이단·사이비에 관심 증폭
국정농단 사태 이면에도 부패한 한국교회
최태민에 목사 안수, 주술적 행각에 날개

“기득권의 일방적 이단규정은 종교폭력”
한기총‧한교연 이단논쟁으로 ‘만신창이’
한국교회 당면과제, 이단 아닌 ‘부패청산’

목회자, 수년째 전문직 성범죄 1위 고수
살인‧폭행·몰카·횡령 등 끝없는 목사 범죄
“이런 범죄 저지르고 목회하는 곳, 한국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해온 한기총‧한교연마저 대통령을 등졌다. 최태민 목사가 영세교 교주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단‧사이비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자 이를 틈타 기성교단과 기독언론은 이단‧사이비 경계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 부패상을 객관적으로 보면 누구를 이단‧사이비로 규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인들의 주머니만 터는 한국교회야말로 사이비성이 농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피 터지는 이단논쟁…얻은 것은 조롱과 공멸

종교학자들은 이단논쟁이 한국에서만 유독 심하다고 지적한다. 종교법학회(회장 유장춘 박사) 주최로 지난 5월 열린 ‘한국교회, 이단 정죄 기준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김정우 박사(숭실대)는 “교회법적으로 볼 때 서양에서는 가톨릭과 정교회, 루터회에서만 ‘이단’이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나오고 미국 장로교회만 봐도 이단 관련 규정이 없다”며 “(이단논란은) 보수 교파 중심의 우리나라만 특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단‧사이비 논란에 ‘교인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한국교회야말로 사이비’라는 자조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모 기독언론에 칼럼을 기고한 유모 장로는 “한국기독교는 누가 누구를 나무랄 처지가 못 된다”면서 “교인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데 혈안이 돼 있는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인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며 “타락한 중세교회를 닮아가는 한국교회는 이미 돈으로 오염됐고, 강단은 ‘굿당’으로 변질된 상황에서, 누구도 예수님이 아닌 이상 이단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최태영 교수(영남신대 조직신학)도 한 신학세미나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증거 없이 아마 그럴 것이라는 추정으로 이단규정을 한다면 마녀사냥이 될 수 있다. 이단이라는 선입견을 가지면 정통도 이단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무분별한 이단 규정을 경계했다. 또 “신학적 다양성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면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정죄하는 일은 ‘종교적 폭력’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부의 비난에도 한국교회는 피 터지는 이단 논쟁을 지속하고 있고, 그 결과는 분열과 교인 급감으로 나타났다. 2011년 주요교단 회원만 991만명에 달하던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구 한기총은 2012년 이단논쟁으로 한교연이 떨어져 나가면서 2014년 189만명으로 급감했다. 이조차도 교회나 목회자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가나안(안 나가) 성도가 급증하는데다, 기성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으로 이동하는 교인마저 급증해 한기총은 물론 한국교회 전반이 그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교회 부패로 인한 개신교인 감소는 통계청 조사로도 확인되고 있다. 1985년 648만명에서 1995년 876만명으로 무려 228만명이나 급증했던 개신교 인구는 10년 뒤인 2005년엔 861만명으로 14만 4000여명이 급감했다. 이도 하나님의교회, 구원파, JMS, 여호와의증인, 통일교 등 일명 이단 신도를 모두 포함한 수여서 실제 기성교단 소속 교인은 훨씬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 다시 한기총과 한교연 간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그간 통합 노력이 번번이 무산된 점을 놓고 볼 때,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지난 2011년 SBS ‘현장21’이 한기총의 금권선거 ‘10당5락’을 다룬 내용을 방영해 큰 파문이 일었다. (사진출처: SBS 방송화면 캡처)

◆성직‧학위 장사 여전, 10당5락 꼬리표 붙은 한기총

지난 2012년 1월 MBC 뉴스데스크는 ‘무인가 신학교 난립… 돈만 내면 목사’라는 제목으로 한국교회 내 성행하는 성직매매 학력세탁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신학교를 운영하는 인천의 한 목사는 500만원만 내면 다른 정규 신학 학위는 물론 목사 자격증도 만들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다른 신학교 역시 유명신학대학 학위로 세탁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이 신학교 목사는 “00대학원·대학교 나왔다 하면 성도들이 달리 본다”면서 “100만원에 해주겠다. 거저 하는 것”이라며 학위세탁까지 부추겼다.

MBC는 국내 무인가 신학교가 무려 400여곳, 매년 1만명에 가까운 무자격 목사가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충격을 안겼다. 교계의 대표적인 비리로 꼽히는 성직매매나 학위 장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돈과 권력에 눈 먼 한국교회의 단면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빚어진 ‘10당5락(10억 쓰면 당선 5억 쓰면 탈락)’ 사태 이후 한기총은 10당5락으로 대변되면서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이만신 한기총 명예회장은 강단에 올라 “선거 때, 재작년 대표회장(엄신형 목사)도 돈을 썼고, 작년 대표회장(이광선 목사)도 돈을 썼고, 금년 대표회장(길자연 목사)도 돈을 썼다”고 관례처럼 지속된 금권선거를 시인하며 회개를 촉구했다. 들소리신문 발행인 조효근 목사는 한국기독언론협회가 주최한 제7회 기독언론포럼에서 “(한기총) 임원선거 직전에 ‘나는 3억을 내겠소, 아니오 나는 10억이오’ 했던 사안은 한국기독교 100년 역사 속에서 가장 추악하고 서글픈 사건”이라는 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 중학생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 안에 내버려둬 반미라 상태로 만든 목사 아버지 A(47)씨가 지난 2월 3일 밤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를 나와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성폭행·살인·횡령…’ 끝없는 목회자 범죄행각

끊임없이 터지는 목회자들의 일탈행위 또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목회자들은 최근 수년간 전문직 성범죄율 1위를 고수하면서 聖직자가 아닌 性직자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대형마트에서 교회 목사가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찍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박사 논문 표절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초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부천 여중생 백골 시신 사건’의 범인은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였다. 식탐이 많다는 이유로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이 비정한 목사는 죽은 딸의 시신을 11개월간이나 방치했다. 동료 목사끼리 칼부림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자신의 횡령 비리 의혹을 제기한 동료 목사에게 앙심을 품고 흉기를 휘두른 목사는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밖에도 목회자들의 범죄행각은 하루가 멀다하고 주요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을 기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글을 통해 부패한 한국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역사에서 교회를 세습하고, 교단과 교계의 장이 되기 위하여 돈을 뿌리고, 목사끼리 칼부림을 하고, 세상도 용납하지 않는 부정을 저지르고도 목회를 계속할 수 있었던 교회는 한국교회밖에 없었다”면서 “지금 시급한 것은 한국교회의 부패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패한 한국교회, 최태민 주술 행각에도 날개

한국교회는 선을 그으려 애쓰지만 대한민국 정치마저 부패와 타락으로 이끈 최태민 목사의 주술적 행보 이면에도 부패한 한국교회가 있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직후 최태민씨가 개신교 군소교단인 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1975년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관련해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10월 26일 논평을 내고 “성직자 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사람을 ‘목사’로 부르는 것은 정통 교단 성직자에 대한 모독이자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최태민 ‘목사’ 호칭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 전기영 총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때는 돈 몇 푼 주고 목사안수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면서 성직매매가 성행했음을 실토했다.

개신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최 목사는 구국선교단을 설립해 목사 신분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최순실씨 가족도 2000년경부터 대형교회에 등록, 출석하며 감사헌금도 했다. 압구정동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A교회 주보에는 최씨 가족이 헌금하며 “2014 아시안게임에 당선되게 해주세요(2012년 2월 19일, 정유연)” “승마대회에서 금메달 딴 것 감사드리며 건강 주셔서 감사합니다(2012년 4월 22일, 최순실 정유연)” “삼성동 건물이 팔리게 도와주소서(2015년 4월 12일, 최순득)”라고 적은 기원 글이 남아있다.

최근 모 기독언론은 박근혜 대통령도 한때 목회자가 되기 위해 신학 공부를 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1980년대 초·중반 서울 마천동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종합총회) 총회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 고(故) 최태민 목사(오른쪽)와 박근혜 대통령(가운데)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그가 1981년 9월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11월까지 다녔던 것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가 1989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안에 세운 근화교회에 박 대통령이 한때 열심히 다녔던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학을 결심한 배경도 최태민 목사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5공실세로 불린 허화평 전 의원은 최근 TV조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은 최태민의 사기성 있는 주술의 덫에 걸린 정신적 포로였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을 주술로 사로잡은 최태민 목사와 그의 딸 최순실 그리고 한 때 목회자를 꿈꿨던 박근혜 대통령. 이들의 인연에는 부정할 수 없는 ‘개신교’라는 공통분모가 있음에도 한국교회는 ‘최태민은 목사가 아니고 영세교 교주다, 최순실은 영세교 2대 교주다’라면서 애써 선긋기만 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가 부패해 이단‧사이비가 되고, 주술이 난무한 타락한 종교가 됐음을 역설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

한국교회가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 이면에는 최태민의 주술 행각에 날개를 달아준 부패한 한국교회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fact)다. 이는 그간 정권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호기를 부린 부패한 한국교회가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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