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및 대표들이 20일(현지시간) 안데스 지방 특산물 모포를 어깨에 두른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박근혜 대통령 대신 참석한 황교안 총리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20일(현지시간)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주의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폐막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反) 자유무역’ 정책 기조에 맞선 것으로, 이에 APEC의 리더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외신 등에 따르면 21개 APEC 회원국 정상은 이날 ‘질적 성장과 인간 개발’을 주제로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 24차 정상회의 폐막 공동선언문에서 “세계화와 이와 관련된 통합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점증하고 있으며 우리는 보호무역주의 대두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방된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무역을 약화하고 국제 경제의 진전과 회복을 늦추는 보호무역적이고 무역 왜곡적인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선언문은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보호무역주의에 맞선 것으로 보인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세계 재계 지도자를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공동선언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제외시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자 중국이 이를 메우겠다고 전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오바마의 퇴임과 함께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채우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동시에 중국이 주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건설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APEC 회원국들도 앞서 2014년 베이징 정상회의에서 FTAAP 설립에 원론적으로 동의한 바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도 FTAAP 실현 관련 문제에 대한 전략적 공동연구와 요약보고서를 승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내내 TPP에 대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는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판하는 데 이어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로 TPP 폐기를 공식화하자 이 틈을 타 FTAAP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빠진다면 그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 미국의 빈 자리는 중국이 채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의 경제·사회적 협력을 목표로 1989년 12개국 간 각료회의로 출범한 뒤 1993년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는 저성장과 보호무역 극복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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