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 아름답다… 각양각색 미인에게 취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종문화회관 ‘畵畵-미인도취’ 展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번 보면 두 번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자꾸만 보고 싶은 미인. 예로부터 여자건, 남자건 미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이 때문에 세상 모든 여성은 미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작가들이 말하는 미인은 어떨까.

세종문화회관(사장 이승엽)은 다양한 미인도의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는 ‘畵畵(화화)-미인도취’를 지난달부터 오는 12월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총 26명의 작가가 그린 10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이미지가 투영된 각각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미로 미인이라 명한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작가에게, 혹은 관람객에게 스스로 ‘아름답다’라는 위안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전시는 전통회화에서의 미인도 연보와 박노수 화백의 미인도로 시작된다. 연보를 통해 조선 시대 신윤복의 ‘미인도’부터 오늘날의 ‘미인도’까지 살펴볼 수 있다. 특별 작품으로 출품된 박노수 화백의 ‘여인’은 1977년 그려졌다. 박 화백은 화선지에 수묵담채 기법을 사용해 깔끔한 미인을 표현했다.

전시는 크게 4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새로운 기법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이와 함께 뽈랄라 수집관의 현태준 컬렉션으로 구성된 ‘여성’과 관련된 아카이브 존이 별도로 만들어져 전시에 깊이를 더한다.

첫 번째 섹션은 김현정, 신선미, 맹혜영, 백지혜, 이동연 작가의 전통인물화 기법을 바탕으로 현대화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백지혜 작가의 ‘꽃단장’이라는 작품은 비단 위에 채색하는 방법으로 그려졌다.

작품의 주인공은 작가의 조카다. 한 가닥, 한 가닥 섬세하게 그려진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활짝 웃는 조카의 얼굴에서 순수함이 묻어난다. 작가는 아이의 순수함 속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동연 작가의 ‘신 여협도’에는 한복을 곱게 입고 예쁜 눈으로 그윽하게 바라보는 미인이 있다. 그런데 이 미인 어딘가 특이하다. 머리에는 띠를 쓰고 손에는 게임에서 나올법한 무기를 들고 있다. 최근 게임 주인공을 한국화기법으로 그려 화제가 된 이 작가는 ‘신 여협도’를 통해 현대 여성의 씩씩함을 표현했다.

시각적으로 강렬한 느낌이 드는 두 번째 섹션은 김은진, 김정욱, 박은영, 이진주, 지요상, 홍인숙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이번 섹션에선 어떤 미인이 진정한 미인인가에 대해 고뇌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김은진 작가는 안료를 사용한 ‘파라다이스호텔’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가운데를 중심으로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왼쪽에는 목숨 수(壽), 오른쪽에는 복 복(福)자가 그려져 있다. 양쪽 그림에는 계단식 논두렁으로 배치된 산 중간에는 여성들의 흉상까지만 그려져 있어, 선녀처럼 보이지만 분위기는 선녀가 아니다. 이 작품은 동서양의 문화를 접목한 천국과 지옥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언뜻 봤을 때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심오하다.

무시무시한 미인도 등장한다. 김정욱 작가는 한지 위에 먹을 채색하는 방법으로 그린 그림을 전시에 내놨다. 미인이라기보다는 공포에 가깝다. 온몸을 덮는 긴머리에, 얼굴의 반을 채우는 큰 눈에는 흰자가 없다. 미인을 생각하는 시선 속의 공허함이 표현됐다. 선입견과 불필요한 시간 정보는 작품 관람에 피해가 돼 제목을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김 작가는 이번에도 제목을 표기하지 않았다. 작가는 동양전통의 먹이 가진 검은색으로만 표현했고 그대로 반영됐다.

세 번째 섹션은 한국화의 채색화 기법을 현대화한 작품들이다. 고찬규, 권지은, 김화현, 서은애, 선무, 신영훈, 이이남, 임서령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미인도는 남성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면 여성들의 눈을 즐겁게 할 미남도가 있다. 김화현 작가의 ‘Eve’는 미인이라는 소비적 관점을 비꼬기 위해 남성 가운데 꽃미모를 뽐내는 미소년을 그렸다. 상의를 탈의한 채 초록색 눈동자로 그윽하게 바라보며 사과를 가슴에 올린 남성의 뒤로 목련이 화려하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나이는 미인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않는다. 임서령 작가의 ‘바람불어도’ 속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팔짱을 낀 수줍은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옆으로 전시된 ‘웃을 수 없던 날’에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새색시가 팔짱을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임서령 작가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머니가 시집가던 날과 최근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그렸다.

네 번째 섹션은 권기수, 김선정, 육심원, 임태규, 장수지, 홍지윤 작가의 작품으로 기존에 매체를 통해 접해 익숙한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팀장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60년대 생 이후에 태어난 작가들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어느 유파를 따르기보다는 작가 개인의 경험과 동 시대성을 담아내는 경향으로 하나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미인’이라는 용어의 범위를 다양하고 폭 넓게 하자는 의미도 있고, 전통회화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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