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어바웃 레이’ 스틸. (제공: 오퍼스픽쳐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생일 때마다 같은 소원을 빈다. 나는 남자이고 싶다.”

여자로 태어난 ‘레이(엘르 패닝 분)’는 남자가 되고 싶은 16살이다. ‘레이’의 소원은 남자가 돼 이전 여자로서의 삶과는 다르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남성이 되기 위해 병원에서 상담은 받은 ‘레이’와 엄마 ‘매기(나오미 왓츠 분)’, 할머니 ‘돌리(수잔 새런든 분)’는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10년째 연락이 안 되는 ‘레이’ 친부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막 잘라낸 머리카락 덕분에 덥수룩한 헤어스타일을 한 ‘레이’는 어깨가 큰 잠바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는다. 남자가 되기 위해 힘든 운동도 마다치 않는다.

▲ 영화 ‘어바웃 레이’ 스틸. (제공: 오퍼스픽쳐스)


서명받기 쉽지 않자 레즈비언으로 살고 있는 할머니 ‘돌리’는 그냥 레즈비언으로 살면 안 되겠냐며 성전환수술을 말려보지만 레이의 마음은 확고하다. 여렸을 때부터 레이의 육체는 여성이었지만 정신은 남성이었다. 엄마가 원피스를 주면 가위로 잘라 버렸다.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 ‘레이’는 하루빨리 남성이 되기 위해 엄마를 닦달한다.

남편 없이 ‘레이’를 혼자 키워온 ‘매기’는 이 상황이 혼란스럽지만 ‘레이’의 의견을 존중해 따르기로 한다. 하지만 피하고 싶었던 난관에 부딪히자 그동안 굳건히 살아온 ‘매기’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하지만 ‘매기’는 ‘레이’를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영화 ‘어바웃 레이’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인 자신을 되찾고 싶은 ‘레이’와 그를 이해하지만 딸을 잃고 싶지 않은 엄마, 그냥 여자를 사랑하라는 레즈비언 할머니 등 조금 더 행복하고 싶은 이들의 소망을 그린 작품이다.

소재는 다소 자극적이다. 미성년자의 성전환은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물고 아직 선입견이 많아 거부감이 생기는 소재다. 그러나 이들이 딸의 성전환이라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익숙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딸, 손녀를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그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모습은 서로를 신뢰하는 가족의 단면을 보여준다.

▲ 영화 ‘어바웃 레이’ 스틸. (제공: 오퍼스픽쳐스)


이 영화에서 여성스럽고 귀여운 엘르 패닝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남성처럼 다리를 쫙 벌리고 껌을 씹거나, 압박 붕대로 가슴을 감고 헐렁한 티를 입은 남자이고 싶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오미 왓츠는 트렌스젠더가 되려는 딸을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엄마로 분했다. 그는 “나중에 수염 덥수룩해서는 ‘엄마 실수였어요’하면 어떡하죠”라며 두려워한다. 자신이 딸을 지지하는 것이 좋은 엄마로서 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영화는 예민한 소재를 가지고 큰 굴곡 없이 이어가지만 끝날 때쯤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전해준다. 힘든 세상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 ‘어바웃 레이’는 오는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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