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5대 종단(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찬성측 “100만 촛불, 국민의 심판이자 탄핵” 정부 무능 비판
반대측 “민주주의 위기에 봉착”… 하야 반대 집회 이어갈 것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런 가운데 종교계가 시국선언과 연합기도회를 잇따라 열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하야 반대를 외치는 보수 교계도 활동폭을 넓혀, 종교계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 등 5대 종단 진보적 성향의 종교인들로 구성된 ‘박근혜 퇴진 5대 종단 운동본부’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위한 5대 종단 연합기도회’를 열었다.

불교계에서는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스님이 나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상상 퇴진문’을 낭독한 법현스님은 “현 정부는 무수한 잘못을 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5000만 국민이 주권자임을 알려줘야 한다”며 “올바른 나라를 만드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은 세월호 참사, 방산 비리, 메르스 대응 실패, 최순실 국정농단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련의 사태를 나열하며 현 정부의 무능과 문제점을 꼬집었다.

◆“범죄 사실 드러나면 물러나라”

개신교계 대표로 나선 오세요(한백교회) 전도사는 국민들에게 고통과 절망을 안긴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선으로 악을 이길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했다.

오 전도사는 기도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 희생당하는 대한민국을 돌아본다.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커다란 악 앞에 서 있다. 더 이상 약한 자들의 죽음이 없는 세상을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5대 종단 종교인들은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며 “(대통령의) 자격도 없음이 증명됐다. 즉각 물러나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퇴진을 촉구했다.

앞서 기독교대한감리회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대통령의 법적 책임이 드러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18일 기감 전명구 감독회장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면서 “전국 곳곳에서 들불처럼 타오르는 100만 촛불 시위가 국민의 소리이고,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며, 국민적 탄핵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전 감독회장은 정치권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더 이상의 국가적 혼란은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회는 특별검사를 선임해 대통령을 포함해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하라. 대통령도 법적 책임이 확인된다면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 개신교 천주교 등 보수 종교인들과 시민으로 구성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12일 여의도에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역에서 진행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서경석 목사 “대통령 향해 마녀사냥 멈추라”

보수 종교인들도 보수단체와 함께 맞불집회로 반격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집행위원장 서경석 목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반대를 외치며 “박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추라”고 밝혔다.

서 목사는 19일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보수단체의 ‘하야 반대’ 집회에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 모인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대통령의 마녀사냥과 유언비어 인민재판은 안 된다”고 피력했다.

서 목사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도 ‘대통령 퇴진 요구’ 목소리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이 독재를 했나,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도 아닌데, 이들은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권력을 찬탈하려고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대통령은 여야 합의 추천 총리에 대해서는 동의한 상태다. 내정을 맡기기로 했다”며 “그런데 국군통수권까지 양보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야 반대를 강력히 주장했다.

서경석 목사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하야 반대’ 집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히며 보수세력 결집에 나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둘러싼 종교계 내 찬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향후 종교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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