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5%의 의미는 그 자체가 이미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탄핵’을 당했다는 뜻이다. 앞으로 지지율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설사 몇 배로 지지율을 끌어 올린다한들 이미 탄핵된 대통령의 권위는 회복하기 어렵다. 정치적 권위는 신뢰에 바탕을 둔다. 그 신뢰가 깨지면 이미 리더로서의 생명은 끝난 셈이다. 골수 지지층이 결집해본들 그것은 그들만의 착각일 뿐이다. 지금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단순한 신뢰의 위기만이 아니다. 국민은 ‘배신’과 ‘분노’ 속에 전면적인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꿈쩍 않는 박 대통령, 무엇을 노리나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시간만 지나가면 다시 과거처럼 국정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100만 촛불의 함성이 여전히 살아있음에도 하야는커녕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와중에 ‘부산 엘시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가서명 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지금 이럴 상황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하야하라’는 국민적 요구에는 귀를 막은 채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나대로 가겠다’는 반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불과 얼마 전에 국민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던 박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뜻인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탄핵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 측에서 들리는 얘기도 ‘탄핵해 보라’는 목소리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러나 탄핵은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린다. 당장 새누리당 친박계가 결사 저지로 나올 것이고 이 과정에서 지지층 결속도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설사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는 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보수적 컬러가 분명한 헌재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쯤 끝날지도 명확치 않다. 자칫 임기 5년을 사실상 다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이런 점을 노리고 하야는 물론 ‘질서있는 퇴진론’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면 달리 다른 방법은 없다. 국회도 어쩔 수 없이 탄핵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아쉬운 것은 앞으로 박 대통령 탄핵 논란으로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는 물론, 외교와 안보적으로도 정말 위중한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 탄핵 문제를 놓고 정치권도, 여론도 그리고 국민도 사실상 찬반으로 나뉘어 갑론을박하며 귀중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얼마나 국익 앞에 치명적인 손실인가. 박 대통령이 정말 이런 수순을 원하는 것인가. 어쩌면 그 전에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촛불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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