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강압수사와 진범 논란이 있었던 ‘악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재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한 최모(32)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가 공소사실을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죄를 선고한다”며 “10여년 전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부가 최선을 다해서 재판을 진행했겠지만 최씨의 자백에 신빙성이 의심되는 만큼 충분한 숙고를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재심개시 단계에서 대법원 등의 충분한 심리로 재심이 결정돼 재판 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보였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경찰관 1명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다. 유족들에게도 애도를 표한다”며 “최씨가 이번 재판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7분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씨가 살해된 사건이다. 수사를 맡았던 익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사흘 뒤 최초 목격자이자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타며 배달일을 하던 최(당시 16)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최씨가 사건 당시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최씨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재판부인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01년 2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후 최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2013년 4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광주고법에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검찰이 항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이 진행됐다.

이날 무죄 판결 이후 재심 청구인측 박준영 변호사는 “비겁하면서도 상식 밖이다. 진범이 따로 있으니 무죄선고 결과는 당연하다. 그러나 16년을 기다렸는데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피고인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언급이나 재수사 이야기도 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유감’이라고 변명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심 사건의 본질은 경찰은 때려서, 검찰은 강압수사를 묵인하면서, 법원은 자백내용을 정확히 검증하지 않음으로써 가짜 살인범을 만든 데 있다”며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정의로워야 무죄 판결도 정의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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