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극동아파트는 인터넷 망이 다 깔려 있다. (캡쳐:BBC 홈페이지)

[뉴스천지=김지윤 기자]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떨까?

영국 BBC는 13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터넷망이 깔려있는 한국에서 서울 극동 강변아파트 단지 가운데 두 가구를 선정, 일주일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해 실험했다. 방송은 “한국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주재 특파원을 통해 가가호호 방문해 취지를 설명하고 안내문을 붙이며, 부녀회 도움을 요청했으나 지원자는 찾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어른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업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해야 하며, 자녀는 온라인을 통해 학교 과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 없는 생활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던 터였다.

BBC는 겨우 두 가정의 승낙을 받아 일주일 간 모뎀을 없앤 생활이 가족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를 촬영했다.

첫 번째 가족으로 선정된 정아 씨 집은 10대 자녀가 두 명이었다. 그 중 김성연 양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자질이 있어 하루 6시간 이상을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으며, 주부 정아 씨 역시 매일 2시간 정도 인터넷을 이용했다. 두 번째 가족은 혜숙 씨 가족이었다. 자녀들이 보는 TV 채널 대부분이 인터넷과 연결돼 있었다.

인터넷이 끊기자 정아 씨는 온라인 쇼핑 대신 직접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야 했으며, 학부모를 위한 블로그를 운영해 온 혜숙 씨는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야만 했다.

혜숙 씨는 “너무 불편하다. 인터넷에 공지를 올리기만 하면 됐는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이 없어 지루해하던 가족들이 점점 변했다. 컴퓨터를 멀리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족들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것.

혜숙 씨는 “보통 아들이 밤에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다 잠이 들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모습을 본 지 꽤 오래 전이었다”고 말했다.

약속한 일주일이 지나고 모뎀이 다시 설치되는 날 두 가정은 인터넷에 얼마나 의존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아 씨는 “오전에 집안일을 끝낸 후 2~3시간씩 인터넷을 해 왔었지만 인터넷이 없는 동안에는 이웃들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며 “인터넷 사용시간을 점점 줄이겠다”고 말했다.

혜숙 씨는 “인터넷 없이 사는 것은 이번 일주일로 족하다”며 “다시 인터넷을 할 수 없는 삶을 살라고 하면 정중히 거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