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격 제안한 영수회담이 제안한 지 12시간 만에 백지화됐다. 회담 결정시에 문제가 있었거나 그후 당 사정에 변화가 생겼다면 철회할 수도 있겠지만 제1야당 대표가 불쑥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구했다가 하루가 안 돼 없었던 일로 하기엔 너무나 가벼운 처사다. 추 대표는 국민의 지지 기반을 잃고 국정 동력까지 상실한 대통령에게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수회담을 제의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섣불리 결정한 게 잘못이다.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과의 1대 1 회담이라 다른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질타가 있었다. 그것은 거센 촛불집회에 나타난 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영수회담으로 인해 박 대통령이 시간벌이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고, ‘대통령 퇴진’이라는 명목의 야당 공조에 찬물을 끼얹는 돌출행동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나타난 의견이나 국민의당, 정의당에서 보는 관점은 대통령이 퇴진하는 수밖에 달리 탈출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당 대표는 당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요 결정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적절한 당내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현 시국과 관련된 중요 결정 사항을 당대표가 임의로 정한다는 것은 잘 한 일이 아니다. 14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공식 당론으로 정해졌고, 참석자 대부분이 대표의 단독 결정에 대해 비판했으니 이것이 추 대표가 영수회담을 철회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됐던 것이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 따라서 당연히 국민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빌미가 돼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지난주말 벌어진 100만 촛불 민심에서도 잘 나타났다. 그 민심에 편승해 추 대표가 타 야당과 협의 없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모양새는 공당(公黨)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했다는 비난을 받을만한데, 현 난국에서 제1야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야당 공조를 통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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