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광장을 메운 분노한 민심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노동단체들의 시위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민심을 통해 시위꾼들에 의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 생업을 뒤로하고 나온 부산 아줌마, 아이 엄마들, 공무원, 중고생까지 현장에선 현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끓어 넘쳤다.
단순히 이번 최순실 게이트뿐 아니라, 그간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아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에겐 너무 척박한 환경이어서,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 너무 많이 속아서 등등 쌓인 불만이 성토되는 현장은 그야말로 안에서 끓던 마그마가 밖으로 일시에 분출되는 모양새였다.

1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파가 모였음에도, 시위는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자발적으로 주변을 치우는 학생과 시민들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차에 올라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자 아래 있던 시민들은 ‘비폭력’과 ‘내려와’를 외치며 무력시위를 저지했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되자 대부분 돌아갔다. 일부 과격 시위단체가 남아 경찰과 충돌을 빚긴 했지만, 이는 100만명이라는 엄청난 시위 인파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시민의식은 성장했지만 나라는 멈춰있다.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청와대가 어떤 결정을 할지에 따라 오는 주말 더 많은 촛불이 탈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날 서울 도심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수많은 촛불이 타올랐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한 시민은 아직도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소리를 들으면 화가 나 참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문화행사 참석자들은 김제동씨의 선창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연호했다.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을 허락한 국민에게 대통령이 답을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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