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위대한 국민들의 힘을 과시하는 촛불집회를 구경하는 동안 시한폭탄이 돌아간다. 무기력한 경제적 압력이 높아지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국정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 섰는데 누구도 이탈한 궤도를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닌지라 한번 이탈한 궤도가 이뤄낸 부작용들이 제자리를 찾아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어쩌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책임인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한연대책임인 나랏일이 점점 제쳐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인증 샷하고 함께한 모습에 뿌듯함을 만끽하고 있지만 정작으로 책임을 질 사람이 없음을 알지 못한다. 모두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지만 그 이후에 대한 대책을 가진 사람이 없다. 개헌을 하네마네 하면서 상정에 오르는 것조차 무수한 정쟁과 시간을 소요했는데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버려야 광장에 선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을까. 광장에 서서 모르는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같은 주장을 하는 공감대의 쾌감은 물론 매력적이다. 또한 잘못됨을 잘못이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질서와 법률의 파괴를 가져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제도와 법률로 질서와 문화가 형성된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국민의 틈바구니에 서서 공개적으로 최고통수권자의 자리를 내놓고 총리와 각료마저 국회에서 지명하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격양된 국민들의 목소리에 합세하며 당연하다는 주장으로 혁명을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다수의 목소리, 소수의 목소리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절차와 과정을 준수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들의 의사 표현이다.

그러나 야당의 대표, 정당인, 현직 공직자들은 시민들과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을 밟아야 한다. 직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권에 있거나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혼란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나라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끌어 갈 수 있는 안건을 내놓고 이것이 추진될 수 있도록 수습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엄청난 수의 국민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나서서 나도 같은 의견이요하며 국민들을 선동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높여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모습이라면 장차 이들이 하고자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얄팍한 처세술이 아닌 진심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 모양새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야당의 대표직도 수행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 이랬다저랬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현 제도를 무시하는 위헌적 주장으로 국민과 지도권을 겁박하며 국민 속에 함께하는 모습은 차라리 지우고 싶은 모습이다. 비단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차기 대선을 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러고 있으니 작금의 사태의 수습도 난관이요 차기 대선으로 인한 새로운 지도자의 선출도 갑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지 지도자 한 명을 바꾼다고 작금의 혼란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분한 대중을 이용하며 자신의 욕심을 채워가려는 그들의 의도를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발단이 된 비선 및 최순실 국정농단 등의 일련의 문제들 역시 제도와 절차를 무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가시적인 모습이 아닌 근거가 되는 모습을 바꾸겠다는 시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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