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참석자들. 흔들리는 태극기가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격인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듯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역대 최대 100만명 기록을 세운 지난 12일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플랫카드를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1987년 6월 항쟁이후 최대 인파로 기록된 지난 12일 ‘100만 촛불집회’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참석했을까.

아이 손을 잡은 아빠, 애기 엄마, 중고생, 청년, 노년층까지 연령과 계층은 다양했지만 누구 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가득했다. 

6월 항쟁이후 대형 집회에 처음 참석한다는 이모(남, 50, 강원도 춘천)씨는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이게 나라냐’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통령 퇴진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어 열차를 타고 참석했다”면서 “그간 잘못된 정치 행태에 대한 분노가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터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등 6학년과 4학년 아들, 딸의 손을 잡고 참석한 박창수(43, 서울 양천구)씨는 “6월 항쟁 때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여했고, 다시 이런 시위에 참여하게 될 줄 몰랐다”면서 “아이들에게 정의롭지 못한 나라를 물려줄 순 없어서 참석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  12일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광장 인근에 마련된 메모판.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메모가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의동(21, 서울 양천구) 학생은 “이렇게 시위를 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물러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한 마음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집회에 나온 김성준(43, 경기도 오산)씨는 “이번 집회가 일회성이 아닌,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집회를 이어갔으면 한다”면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고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광장 중앙에서 진행된 김제동콘서트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부산가덕도에서 온 60대 여성은 “공무원에게 속고, 정치인에게 속고, 최순실에게도 속고, 대통령에게도 속았다”면서 “화를 참을 수 없어 생업을 뒤로 하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 12일 촛불집회 현장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을 비롯해 중고생부터 노년층까지 계층을 막론한 참석자들로 가득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집회 현장에는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공약 불이행에 대한 불만을 갖고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중고생혁명 회원 700여명과 함께 참석한 오혜윤(고3)양은 “수능은 또 치를 수 있지만, 대통령 퇴진 촉구는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서 참석했다”면서 “대통령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다. 

김윤영(여, 30대)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복지를 최우선으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한 것이 하나도 없어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에 참석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현분(40대, 학부모) 엄마들을지지하는당(엄지당) 모임 회원은 “단순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 놓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도, 정치도 안 돼 있다. 이를 바꾸고 싶어서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100만 촛불집회 현장 속 민심은 남녀노소 계층을 넘어 ‘실망‧분노‧불만‧한탄’으로 가득했다.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청와대가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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