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전격 인하한 후 5개월 연속 동결이다.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내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이 안갯속에 빠진 데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해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최근 2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5번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6월에는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브렉시트 여파에 따른 경기 위축을 대비해 사상 최저 수준인 1.25%까지 끌어내렸다.

금융시장에서도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99%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1.25%)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4분기 경기부진 우려 등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와 정책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이 금리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해 금리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가계부채는 꺾이지 않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보다 7조 5000억원 증가했다. 10월 기준으로는 지난해(9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2010~2014년 10월 평균이 3조 900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한 달 새 5조 5000억원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올해 말 1330조원에 달하고 내년 말에는 15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당장 내달 미국의 금리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게 된 것도 한은의 운신폭을 좁게 만들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과 트럼프는와 여러차례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간 트럼프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해 일관성 없이 엇갈린 메시지를 던져왔다. 옐런 의장이 대선 이후로 금리인상을 미룬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스스로를 ‘저금리 인간’으로 칭하며 저금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12월 FOMC가 정치적 이유로 통화정책 기조를 급격히 변화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통화·재정정책 아직 명확하지 않은 데다 실물 지표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에 힘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 불안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가계부채와 미국 대선 이후 경제상황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한은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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