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면서 핵폭탄급 충격이 글로벌 경제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금융시장은, 4개월여 만에 ‘제2의 브렉시트’ 쓰나미를 맞고 있는 셈이다. 세계 정치·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자국 우선주의’ 지도자가 선출됨에 따라 세계화의 주축인 자유무역주의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發 보호무역 쓰나미 몰려오나

트럼프가 주장해 온 외교 및 통상 정책의 기본 방향은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국익과 직접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다.

특히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으로부터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등 전 세계 경제 지형을 뒤흔들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당선됐다.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는 자유무역 때문이라며 중국에 45%, 멕시코에 35% 고율의 관세 부과를 공언하기도 했다.

1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상과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의 수출둔화 우려 등과 결합해서 세계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유 부총리는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요소보다 대내외적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출처: 연합뉴스)

LG경제연구원은 ‘불확실성 높은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로 세계경제의 활력이 둔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원화 절상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예상하지 못한 미국 대선 결과로 나타난 금융시장의 패닉은 점차 진정되겠지만, 앞으로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은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트럼프의 발언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더불어 교역상대국에 대한 통화절상 압력이 커지는 등 대외환율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위험자산 기피∙안전자산 선호 확산으로 금융시장의 혼란도 확대되고 있다. 10월 이후 트럼프 당선에 대비하면서 조정과정을 거쳤던 금융시장이 선거 직전 이메일 재수사 종료와 더불어 클린턴 당선 가능성이 다시 커지면서 안정세로 돌아섰던 터라 트럼프 당선의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

▲ (출처: 연합뉴스)

◆韓경제 트럼프 리스크에 촉각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활동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해 대미 무역 흑자국, 동북아 안보 정책의 ‘무임 승차국’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서는 후보시절 ‘미국에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년에서 2021년 5년간 총수출손실 269억 달러, 일자리 24만개가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양허정지로 인한 수출손실 타격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 산업으로, 손실액이 13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남석 전북대 교수는 “트럼프 후보는 기존 협정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장해 왔으며, 실제로 한미 FTA는 어느 한 국가가 협정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하면 6개월 내 종료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한미 FTA 전면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양허정지 또는 협정 적용이 전면 중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트럼프가 대선 기간 공약한 통상정책이 그대로 실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봤다.

LG경제연구원은 “통상 협정의 체결과 시행은 행정부, 비준과 폐기 등은 의회의 몫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주장했던 중국, 멕시코 등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장벽 설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리협약, TPP 등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해온 다수의 국제협정들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그동안 미국이 세계의 표준으로 정착시켜 온 무역자유화와 세계경제 통합 노력 역시 상당 부분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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