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내 의회 해산 촉구..泰정부, 시위대 요청 거부

(방콕=연합뉴스) 부정부패 혐의로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지지자 10만여 명이 15일 오전 방콕 시내에서 가두시위를 벌일 예정이어서 군경과 시위대 간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친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일명 레드 셔츠) 소속 회원들은 14일 낮 12시부터 정부청사 등 주요 시설과 인접한 랏차담넌 거리에서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개최했다.

지난 12일부터 방콕에 집결하기 시작한 UDD 회원들은 이날까지 방콕 시내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었다.

UDD 측은 이날 정오까지 10만명 이상이 방콕에 모였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시위대가 5만∼6만명 선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월 말 태국 대법원이 권력 남용을 이유로 태국내 은행계좌에 동결돼 있던 탁신 전 총리의 재산 23억달러 중 14억달러를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판결한 이후 촉발됐다.

UDD 지도자인 웨라 무시카퐁은 이날 집회에서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에게 24시간 내에 의회를 해산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레드 셔츠로부터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UDD의 또다른 지도자인 나타웃 사이쿠아는 "시위대가 정부측 답변을 듣기 위해 15일 오전 9시께 아피싯 총리가 시위동향을 점검하며 머물고 있는 제11보병 병영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의회 해산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UDD의 일부 지도자는 정부 측이 의회 해산 등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방콕 전역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며 교통을 마비시키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보 담당인 수텝 타웅수반 부총리는 "제11보병 병영으로 접근하는 것은 허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교통을 마비시키거나 병영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면 체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피싯 총리는 이날 주례 연설에서 "시한을 설정하는 등 협박으로 간주되는 어떤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나는 전임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잡았으며 내 임기를 마칠 권리가 있다"고 밝혀 시위대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UDD 지도자인 웽 토지라칸은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시위대가 길거리 행진을 할 가능성은 있지만 정부청사와 공항 점거 등의 계획은 없다"며 "폭력사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국 정국의 중심에 서 있는 탁신 전 총리는 지난 12일 캄보디아에 입국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현재 두 딸을 만나기 위해 유럽 지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방콕 전역에 국가보안법(ISA)을 적용하고 군경 등 5만여명의 보안인력을 배치한 태국 정부는 폭력사태 발생 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평화적인 시위를 유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국 군병력과 경찰은 방콕 전역에서 최고 단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태국 당국은 시위가 통제불능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군부대가 시위 전체를 통제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피싯 총리는 "시위대의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이 시위대를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위대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폭력사태를 초래한다면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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