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국정 마비 사태를 풀기 위해 꺼내들었던 김병준 총리카드를 6일 만에 철회했다. 당초 김 총리 카드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험 등이 책임총리로서 적합하다는 것이었고, 김 내정자가 야권인사라 야당에서도 수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청와대가 제의한 영수회담을 거부하는 등 김 총리 지명에 대해 강경 입장을 내세웠던 것이다.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김병준 교수는 정책 전문가로서 행정부 경험을 한 까닭에 현 상황을 직시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박 대통령이 국정 마비 우려가 되는 현 상황을 만든 장본인데다가 특히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국회에서 거국 내각을 운영할 국무총리감을 고르고,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여 어려운 난국을 해소하자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박 대통령이 지명한 김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조차 불투명한 상태였다.

여당 의석이 많다면 몰라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 3당이 인사청문회조차 거부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해도 과연 인사청문회가 개최될지 미지수였는데, 박 대통령의 총리 지명 철회는 국정혼란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취해진 부득이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지명 철회는 국가지도자의 섣부른 판단을 보였고, 내치(內治) 대통령이 될 뻔 했다가 철회당한 김병준 교수에게 있어서는 해프닝과 같은 사례다.

김 교수는 국무총리로 지명 받고나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오면서도 “자진 사퇴는 없다”는 말로 안개 정국에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벌어진 국무총리 지명과 철회는 국민과 정치권에 교훈을 주고 있다. 김 교수가 총리 내정을 수락하기 전에 대통령에게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로 하는 게 좋겠다”는 건의를 드리는 것이 순리가 아니었을까. 대한민국의 장래를 생각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잠시 울먹였다는 김 교수가 보여준 충정과 그간의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하려고 했던 의욕은 좋았으나, 자진 사퇴 타이밍을 놓치고서 지명 철회로 이어지게 한 이번 사례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참교훈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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