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을 만났고, 오후에는 개신교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를 만났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초청 원로 성직자들
정치성향·세월호발언 도마에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종교계 원로 성직자들을 만나 민심수습 대안을 청취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박 대통령이 초청한 인사들이 그간 친박 노선을 유지했고, 민심을 분노케 한 세월호 막말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사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측과의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을 만났고, 오후에는 개신교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에 대한 ‘국정농단’ 등에 대한 수습책을 청취했고, 원로들은 현 시국 상황을 우려하며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이날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등 성도들에게 오해받을 사이비 종교 관련 소문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 진행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종교계 등 사회 각계의 원로와 자주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청와대가 초청해 마련된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종교계 원로 초청 만남을 놓고 비판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초대한 종교계 원로 성직자들은 그간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입장을 고수해왔고, 세월호 등 사안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되는 발언을 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삼환 목사는 2014년 5월 11일 주일예배에서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교해 비난을 샀다. 또 다른 설교에서는 “세월호와 해경 때문에 청와대, 해수부, 안전부, 방송, 비판 안 하는 데가 없다. 그러면 안 된다. 우리는 이 모든 문제를 그렇게 하면 절대로 풀 수 없다”라며 “(학교가) 아이들을 충동질해 길거리로 내보내고 선동하는 선생님들로 꽉 차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염수정 추기경은 2014년 8월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유족들도 어느 선에서는 가족들도 양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과) 뜻이 합해지니까”라고 말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물론 염 추기경은 “추기경이기에 앞서 국민으로서 정치권과 세월호 희생자 가족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기를 바란다”며 “지금은 고통 받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가 총체적으로 새로워져야 할 때”라고도 말했지만 ‘유가족들도 양보해야 한다’는 발언이 주는 충격이 더 컸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초청한 인사들에 대한 논란이 일며 이번 종교계 원로 초청 간담회에 대한 곱지 못한 시각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비판 여론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는 9일 오후에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초청해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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