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신대 종합관 벽에 붙어 있는 김영우 총장에 대한 규탄 벽보를 한 학생이 읽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에서는 총장 사퇴 요구 물결, 외부에서는 총신대 규탄

지난달 7일부터 학교 밖에서 강피연 시위
이달 7일부터는 학내에서 총학생회가 시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총신대학교(총장 김영우 목사)가 ‘총장 금품비위 의혹’과 ‘강제개종교육 논란’으로 안팎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외부에서는 총신대 출신 강제개종교육 목회자에 대한 비판과 강제개종교육의 폐해를 알리는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의 시위가 지난달 7일부터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이달 7일부터는 학내에서 김영우 총장의 금품비위 및 갖은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

총신대학교 제48대 하심 총학생회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김영우 총장 퇴진 요구 시위’에 대한 교내 집회신고서를 교육복지팀장, 교육복지처장, 부총장, 총장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구호제창과 피켓 시위가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총신대학교 교수들의 강경한 메시지로 시작된 김영우 총장 규탄은 최근 학생들로 번져 강도가 더해지는 모양새다.

▲ 총신대 종합관 벽에 붙어 있는 학생들의 김영우 총장에 대한 규탄 메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교수들의 세 차례에 걸친 총장 사퇴 요구 성명 게시에 이어 지난 4일 학내 건물 벽에는 학생회, 학생 개인 차원에서 게시한 벽보물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학생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직영 신학교로서의 신학방향인 ‘개혁주의 총신’, 김 총장에 대한 금품비위 사건을 풍자한 ‘이천썰’ 등 벽보를 추가로 붙이고 있었으며, 분홍색 메모지가 붙은 게시판에는 김 총장에 대한 날선 비판들이 적혀 있었다. 메모를 살펴보면 단순히 학생들은 최근 발생한 금품비위 의혹에 대한 내용만으로 분노를 표한 게 아니었다. 그간 논란이 됐던 여교수 해임건, 총신대 이사장·총장·교회담임 등 이중직 문제, 대학구조개혁평가 C등급에 대한 책임 등 불신했던 사항들을 쏟아냈다.

특히 전날 벽보를 게시한 총신대 일반대학원 기독교교육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배임증재 혐의가 사법적인 판결이 나면 책임을 지겠다는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해 “입에 올릴 수조차 없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 수치를 느껴야 하는 게 책임”이라며 “판결이 나기 전인 조금이나마 떳떳할 때 물러나는 것이 ‘책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김 총장이 현재 총신대 이사장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과 서천읍교회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중직’에 해당한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또 대학구조개혁평가 등급이 최하위인 조건부 C등급임에도 대학 운영에 집중하기보다 부총회장에 출마했다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 학생들이 총신대 종합관 벽에 돈으로 만들어진 ‘개혁주의’ 글씨를 붙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번 총신대 사태는 지난 9월 김영우 총장이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부총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중직 부총회장 후보가 문제되자 직전 총회장 박무용 목사를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만나서 부총회장 후보선정을 위한 청탁조로 현금 2000만원을 일방적으로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박무용 목사는 김영우 총장을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해 조사까지 받았다는 내용이 교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소식은 일파만파 퍼졌고, 교수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김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김 총장은 사태가 확산하자 지난달 13일 유인물을 배포하고 자신에 대한 ‘금품 비위’ 의혹이 사법적으로 밝혀지면 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단언했으며, ‘이중직’ 논란에 대해서는 총회 선관위가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며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 총장은 이후 거세지는 학내 비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 지난 4일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가 총신대학교 정문 옆 버스정류장에서 강제개종교육 폐해를 알리는 규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강피연 “개종교육 방관 신학대 회개해야”

한편 이날 낮 학교 밖에서는 강제개종교육을 반대하는 강피연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은 ‘인권유린 조장하는 개종교육 중단하라’ ‘거짓비방 마녀사냥 개종목사 퇴출하라’ ‘개종교육 방관하는 신학대는 회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또 개종교육으로 인한 폐해라며 성도들이 폭행당한 흔적들로 보이는 사진들을 전시했다.

총신대 측도 맞불 집회 신고를 하고 책상을 설치했다. 그러나 집회는 없었다. 학교 측 관계자 두 세 사람이 잠시 나와 시위를 지켜보다가 다시 학교로 사라졌다.

지난해 두 번이나 강제개종교육에 끌려갔다 왔다는 김다혜(여, 22) 씨는 발언대에 올라 강제개종교육과 총신대 출신으로 이단 상담을 하는 목회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지금은 부모님들과 잘 풀고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며 “강제개종 목회자들 때문에 가정이 파탄날 뻔했다”고 토로했다.

강피연 이진홍 과장은 “사회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고 선도를 해야 하는 총신대와 교수들이 원수도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과는 달리 가족끼리 불신하게 만들고 나아가 가정을 파탄시키기까지 하는 강제개종교육을 하고 있다”며 시위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 “총신대에서 종교증오범죄를 키우는 이단상담학이 강의가 사라지는 날까지 집회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총신대는 학내 사퇴 요구에 부응해 김영우 총장이 사퇴하게 된다면 제5대와 제6대 총장이 불미스럽게 퇴진하게 되는 오명을 입게 된다.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조건부 C등급(7% 정원 감축 권고)을 받으며 퇴출의 문턱까지 온 총신대가 사태를 극복하고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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