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받은 사람들(1981, 최하원 감독)>.

[뉴스천지=최유라 기자] 서울 종로 낙원동에 자리 잡은 허리우드극장(김은주 대표)은 국내 최초의 실버극장이다. 주로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이곳은 노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9일에 마지막으로 상영된 영화<초대받은 사람들>은 조선시대에 천주교를 극도로 핍박했던 모습을 그린 종교영화다. 이날 천주교를 박해했던 당시에 대해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오늘날 종교적 생각을 들여다봤다.

서울 강북구 번동에 사는 천주교 신자 김성화(74, 남) 씨는 “천주교인들의 핍박이 심했던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내가 지금처럼 성당을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천주교에서부터 파생된 기독교에 대해서는 “기독교는 많은 교파로 갈라졌는데 이는 의견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 등 어딜 가든 서로 비방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기독교 신자 김석영(84, 남) 씨는 “그동안 많은 외국의 종교전쟁영화를 봤지만 그 당시 한국에서 천주교인들이 참수형을 당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심한 핍박을 받은 줄은 몰랐다”며 “핍박이나 비방은 안 된다. 어떤 종교가 됐든 정도(正道)를 좇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미국 옥스퍼드고등학교 고문 정치호(70, 남) 씨는 “천주교 신자들이 막연하게 순교한 것이 아니라 서로 자진하면서 목숨을 내놓은 것은 심적인 감동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오늘날은 대부분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는 시대라서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 말세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기도에 사는 조용준(78, 남) 씨는 비록 무신자지만 기독교에 많은 감사를 느끼고 있다며 영화를 본 뒤 홀 밖으로 나와 느낀 감동을 순식간에 유화로 그렸다.

꿈과 희망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는 조용준 씨는 “구교인 천주교보다 신교인 기독교가 나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천주교보단 핍박이 덜 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현재는 천주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따지기보단 젊은 시절의 꿈을 다시 상기시켜 준 교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천주교가 조선교구로 설정된 지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한국의 종교영화 <초대받은 사람들(1981, 최하원 감독)>은 1784년에 조선으로 들어온 천주교가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신유박해로 핍박을 받았던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 특히 영화 속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집전미사를 하는 모습도 남아 있다.

낙원상가 4층에 자리 잡고 있는 허리우드극장은 2008년 1월 21일에 개관했다. 주로 국내외 고전영화가 상영된다. 만 57세 이상은 관람료가 2000원으로 아주 저렴해 이곳을 즐기는 노인층이 두터워지긴 했지만 자금난이 심해짐에 따라 어르신들의 자발적인 서명운동으로 올해 서울시로부터 예산 3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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