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렬한 인도네시아 무슬림의 도심 시위.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기독교인 주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도심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5일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자카르타 대통령궁 인근에서 무슬림 단체 이슬람방어전선(FPI)이 주도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금요 예배를 마친 무슬림 시위대 15만명 가량은 기독교인인 ‘아혹(본명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주지사가 무슬림이 아니면서도 최근 연설에서 코란(이슬람 경전) 구절을 언급한 것은 ‘신성모독’이며 ‘무슬림에 대한 모욕’이라며 그의 퇴진과 처형을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평화적으로 시위했으나 일부 참가자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최루가스를 과도하게 들이마신 시위 참가자 1명이 사망했고,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경찰 차량 2대가 불타고, 자카르타 북부지역에서는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편의점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무슬림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경제권을 장악한 소수 화교가 정치권력까지 손에 쥐는 것에 대한 반감이 갈려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통로로 여겨지는 자카르타 주지사직을 놓고 아혹 주지사와 경쟁 중인 상대 후보들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위가 격화되자 조코위 대통령은 “시위대가 집으로 돌아가길 촉구한다. 사법당국은 업무를 평화롭게 처리하게 하라”며 “일부 정치세력이 이런 상황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당초 6일까지 호주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시위로 인해 이를 연기하고 사태 수숩에 나섰다.

한편 단일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인도네시아에서 화교는 전체 인구 구성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88년에는 이슬람교도들이 화교를 집단 공격해 2000명 이상이 학살된 바 있어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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