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처형마저 무덤덤해진 나라,  그곳에 동족 2300만이 있습니다”

▲ (사)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송태복 기자] 지난해 12월 북한에 자진 입북해 억류됐다가 42일 만에 풀려난 선교사 로버트 박(29)이 북한에서 성고문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고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인권문제는 다시 국제 사회의 이슈가 됐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의 현장. 공개처형마저 이제 무덤덤해진 나라. 북한전략센터 강철환 대표에게서 듣는 북한인권의 실상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강 대표 일가족은 77년 8월 할아버지가 정치범으로 몰리면서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는 수용소에 있는 10년 동안 해마다 5~6차례는 공개처형을 보았노라고 했다. 출소 후 잠시 평온하던 시절에 남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는 이유로 체포위기에 몰리자, 92년도에 친구 10여 명과 함께 압록강을 건넜다. 그 중 친구 안혁과 강 대표만 살아남아 그해 8월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강 대표가 쓴 <수용소의 노래>는 북한의 인권 실상을 처음으로 공개해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2005년에는 영문판 <평양의 어항>을 읽은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언론은 그가 부시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외면했다.

강 대표는 “얼마 전 북한 인민들이 공개처형되는 동영상이 최초로 공개된 적이 있다”며 “일본에서는 모든 언론이 충격적인 동영상 내용에 대해 보도했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단 한 곳도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인권에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대한민국이 가장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북한의 공개처형은 정해진 장소에서, 대상자가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형식적 재판이 있은 뒤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단순 총살이었지만, 최근에는 주민들이 공개처형에 무덤덤해지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난사를 한다고 했다. 수용소에서 탈북을 시도하다 잡히면 바로 공개처형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탈북을 시도한다. 굶어 죽으나 도망치다 죽으나 마찬가지니 시도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끝없이 탈북시도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임수경이 남한 대표로 참석해 많은 화제가 됐다”며 “그 일로 북한의 386세대를 중심으로 남한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들었던 ‘돌아와요 부산항에’ ‘옛시인의 노래’ 등은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강 대표는 “대한민국 386세대 중 일부가 북한에 막연한 호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누군가에 의해 조정 받은 결과인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현실을 안다면 도저히 북한에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책 <수용소의 노래>는 북한 체제에 호감을 가진 이들의 환상을 깨는 데도 일조했다.

돈 퍼주는 통일 아닌 자활 돕는 통일돼야
북한 관광자원 개발, 통일비용 최소화 가능
탈북 출신 대학생 차세대 통일 인재로 양성

강 대표는 북한 식량원조는 주민에게 공급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탈북자들에게 남한에서 지원된 식량을 받아본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아무도 받아본 적이 없으며, 모두 군에 전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북한군도 우리 동포인데 줘도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손자병법에 적을 빨리 무너뜨리려면 적의 병참기지를 먼저 확보하라는 말이 있다. 북한군에게 식량을 공급하면 북한 인민들이 김정일 체제로부터 독립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0년도에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무렵 북한 정권은 식량난으로 붕괴 직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김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자 북한 방송은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허리를 굽히는 것처럼 보도했고, 이는 붕괴 직전의 김정일 체제가 기사회생하는 계기로 악용됐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지금 김정일과 북한 지배층은 화폐개혁과 식량문제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금 북한의 식량문제는 북한 지배층이 자유시장제도를 강제로 무너뜨리고 화폐개혁을 통해 재산을 강제로 몰수해 빚어진 것이지, 남한이 식량 원조를 안 해줘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식량원조를 거부하는 남한 당국에 화를 내는 건 병참확보가 안되고, 인민들의 불만이 폭증해 자신들의 세력이 붕괴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더 단호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남북통일은 과거 서독처럼 돈을 퍼주는 통일이 아니라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해 그들이 스스로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통일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관광자원을 개발하면 통일 분담금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통일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의 아픔을 겪고 남한의 풍요로움도 느껴본 강 대표가 제시한 통일의 길은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현재 남한에는 1000명이 넘는 탈북자 출신의 대학생들이 있다. 북한전략센터는 이들을 통일 인재로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 강철환 대표가 쓴 <수용소의 노래>. 이 책에는 2005년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사진 등이 수록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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