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바란다’는 서민의 눈에서 바라보는 경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코너는 시장상인, 아르바이트생, 주부 등 여러 사람들이 느끼는 경제이야기를 미니인터뷰식으로 진행한다.

 

▲ 택시기사 이창영 씨는 오늘도 새벽을 달린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택시기사 이창영 씨, 김밥 한 줄에 자판기 커피로 한 끼 해결

파란색 셔츠 오른쪽 팔 부분에 ‘모범’이라는 글씨가 부착됐다. 이 셔츠는 5년간 무사고에 장기간 근무한 기사들에게만 주어지는 훈장과도 같다. 서울경찰청이 인정한 모범택시 기사인 셈이다. 파란 셔츠를 입고 네비게이션 없이도 손님이 원하는 장소까지 유연하게 운전하는 이창영(61) 기사. 그는 택시 기사로 뛰어든 지 33년이 흐른 지금도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

이 기사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회사로 출근해 ‘서울33바 2080’이라고 새겨진 택시에 몸을 싣는다. 이른 3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약 12시간을 택시 안에서 보낸다. 끼니도 김밥과 길거리에 설치된 자판기 커피로 택시 안에서 때운다.

그는 ‘편치 않는’ 식사와 관련해 “2008년 경제가 어려워진 이후 택시기사들이 식사 한 끼를 제대로 못 먹는다”며 “사납금 11만 원을 채워야 하는데 12시간 일해도 어림없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법인택시 기사들은 1일 2교대 형식으로 약 1인당 12시간 근무한다. 서울시 택시 사납금은 하루당 11만 원으로 기사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동안 사납금 이상을 벌어야 수당이 돌아온다. 사납금을 다 채우지 못할 경우에는 월급에서 미납금액만큼 뺀다.

“요즘 택시기사들 월급은 100만 원 내외다. 어떤 기사는 미납금을 빼고 나면 수중에 50~60만 원만 남는다”며 “서울시 보조를 받는 버스기사들은 완전월급제이기 때문에 미납금 걱정을 하지 않지만 택시기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기사가 그만둘 경우, 택시회사 측도 경영하는 데 어렵다. 이 기사가 다니는 경일운수 역시 현재 10~20대 차량이 쉬고 있는 상태다.

이 기사의 말에 따르면 자신처럼 택시기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밥벌이 수단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갓 일하기 시작한 기사들 중 많은 수가 중도에 일을 그만둔다.

중도하차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화장실을 갈 수 없는 등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실업급여를 받던 젊은이가 택시기사로 취직했지만, 한두 달 일하고 결국 그만뒀다”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는 편”이라며 책임과 직업의식을 강조  했다.
그는 직업의식과 관련해 “항상 복장과 더불어 택시 내부를 깔끔하고 청결하게 유지한다”면서 “택시의 내·외관을 보면 기사의 정신과 상태를 알 수 있다”며 택시를 갓 몰기 시작한 기사들에게 당부했다.

이 기사는 운행하기 전 택시 내부를 정리정돈 및 깨끗이 소제한다. 특히 다른 택시와 달리 형형색색의 조화(造花)가 후사경(백미러)을 장식해 손님들 가운데 일부는 사진으로 담기도 한다. 

이 기사는 새벽에 주로 운전하다보니 새벽 손님과 행인들을 유심히 볼 때가 종종 있다. “새벽시장 상인들과 같이 이른 아침부터 일을 하는 사람들을 태우거나 창밖으로 보면 새벽에 일하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택시기사로서 일하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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