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잇달아 시국선언을 선포하고 있다. 신학생들의 시국선언에 이어 지난달 31일 성공회대 학생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왼쪽), 이달 1일 대한불교청년회와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등 불교계 18개 단체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시국선언문 줄이어 발표
한기총, 개헌 요구 결의문… 대통령 비판은 없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계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교세가 큰 주요 종단 소속 단체들과 종립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 하야 시국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종교계 원로 성직자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에 나섰다. 2일 사회·정치 원로들과 더불어 종교계 원로 성직자들이 거국적인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개신교에서 강변교회 김명혁 원로목사와 경동교회 박종화 원로목사, 불교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 등 22명이 참석했다.

◆ 개신교 비판 성명 봇물… 자성메시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개신교다. 특히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이 개신교 군소교단에서 안수를 받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그 충격이 크다. 그동안 대통령 옹호발언을 이어왔던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가장 크게 분노의 목소리를 뿜어낸 이들은 신학대 학생들이다. 지난달 28일 감리교신학대·서울신학대·성공회대·연세대·장로회신학대·총신대·한신대 등 7개 학교의 신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냈다. 약 40여개 단체들이 이름을 올린 이 선언문에서 신학생들은 “이제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신공양 사교의 무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신전을 폐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하나님의 선교로의 참여다. 신학생들은 불의한 정권과 불의한 체제에 대해 맞서고자 한다”고 외쳤다. 신학생들은 이번 주에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성공회·한신대학교 학생들이 현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도 같은달 29일 ‘묵은 땅을 갈아엎고 정의를 심어라’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적 중립내각 구성 ▲권력에 아부한 종교인의 회개를 촉구했다. 이날 교회2.0목회자운동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내각 해체 및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한기총과 한교연 등 보수 개신교 단체들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편향돼 공공연히 개헌을 지지하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회개를 촉구했다.

이달 1일 개신교 시민단체인 대학·청년YWCA전국협의회(회장 손지수)와 대학YMCA전국연맹(회장 조병희)은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인가! 최순실의 국가인가!’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를 촉구했다.

해외 개신교계는 현 상황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해외 한인 목회자와 신학생 명의로 발표된 ‘해외 한인 교역자 및 신학생 참회 기도’라는 제목을 발표된 성명에서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거국적으로 회개하고 반성해야 할 때”라며 “이 부끄러운 시대의 일원으로서 주께 나아와 자복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자성했다. 이들은 “조국의 정치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맘몬 우상숭배에 뼛속까지 물들어 있다는 것에 무지했다”며 “목자와 선생으로 부르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저희를 먼저 꾸짖어 달라. 준엄한 말씀으로 벌하셔서 뉘우치고 깨달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 종교계 ‘너도나도’ 정권 규탄 메시지

불교계는 이달 1일 대한불교청년회와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등 불교계 18개 단체가 서울 조계사 앞에서 일제히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참회와 하야, 검찰의 객관적이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힘써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불교계 시국선언 성명이 쏟아졌다. 동국대 59개 단위 학생회는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시킨 모든 비선실세들에 대한 분명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불자회(회장 서동석, 前민중불교연합)도 입장문을 내고 “한낮 무속인의 거짓예언에 힘입은 것”이라며 “한반도 전쟁위기가, 7000만 민족의 생존권이 무당의 신탁에 매달려왔단 현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난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운을 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슬로건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표명했다”며 “봉건시대가 아닌 국민의 주권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에서는 수원, 부산, 인천 가톨릭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발표한데 이어 광주, 대구, 대전, 서울 가톨릭대 신학생들도 시국선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가톨릭대학교 교수 107인도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며 시국선언을 선포했다.

반면 한기총은 1일 결의문을 통해 ▲특검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할 것 ▲대통령의 남은 기간 국가 안정을 위해 조속한 인적 쇄신과 함께 책임 총리제를 실시하고 거국 내각 구성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반영해 공백 없는 국정 수행이 이뤄지도록 할 것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뜻을 모아 국회 주도하에 헌법을 개정해 온 국민에게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 것 등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내용은 없었다.

일부 종교인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최태민-최순실 비선실세 및 국정농단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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