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독일군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뉴스천지=장요한 기자] 1970년 12월 폴란드의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희생자 추모비에 헌화하기 위해 한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였다.

2009년 9월 1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폴란드 그단스크 교외 웨스트팔레트 해안요새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발발 70주년 기념식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 둘 모두, 나치 만행으로 희생된 자들에게 독일을 대표해 진심 어린 용서를 구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독일 곳곳에 유대인 수용시설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치의 죄상을 교육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전승하기 위해서다.

전쟁 역사상 가장 참혹한 결과를 낳은 2차 대전의 가해자였던 독일과 일본. 대전 이후 과거사 청산에서 양국의 행보는 천차만별이었다. 그렇다면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 인식의 차이는 왜 발생한 것일까. 강명세(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10년 제6권 1호에서 ‘일본은 왜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가?’란 논문을 발표, 당시 독일과 일본의 전후 처리 정책 등을 분석했다.

강 위원은 “일본 과거사 반성 문제의 핵심은 히로히토 일왕에게 부여된 면죄부”라며 “1990년대 부상한 일본의 민족주의는 천황제를 일본의 전통으로 부활시켜 사회통합을 실현할 것을 강조해 왔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특히 “일본은 전쟁의 가해자가 아니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 전쟁의 책임은 일본정부가 아니라 군부에게 돌아갔다. 나치정부 전체가 전쟁 책임을 지고 정부 자체가 교체됐던 독일과는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엔 사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쟁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개별적 보상도 가능했다. 이를 위해 독일은 2000년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EVZ)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독일 6500여 기업과 정부가 절반씩 출연해 약 50억 유로(8조 8800여억 원)의 기금으로 설립됐다. EVZ 재단에 따르면 1953년 ‘연방배상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약 614억 유로(약 85조 원)를 배상했다.

강 위원은 “독일처럼 일본이 결자해지 입장에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며 “일본이 먼저 진정한 자세로 사과를 해야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