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석좌교수 “신의 영역에서 멀어진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양화진목요강좌에서 ‘소월은 왜 강변에 살자고 했나?’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백은영 기자] 양화진목요강좌가 ‘함께(Together)’라는 테마 아래 11일부터 내달 22일까지 매주 목요일 8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목요강좌 첫 시간인 11일 ‘소월은 왜 강변에 살자고 했나?’라는 주제로 이어령(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강연에 나섰다.

이 석좌교수는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를 통해 본 한국문화와 기독교에 대해 논(論)했다.

이 석좌교수는 “시인 소월은 소년을 등장시켜 엄마와 누나와 함께 강변에 살고자 했다”며 “이는 소년에게 현재 결핍되어 있는 것에 대한 이상향이자 소원”이라고 말했다.

즉 ‘살자’라는 단어에는 결핍, 죽음 등이 전제돼 있기에 ‘살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월의 이 시가 슬픈 이유는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며 결핍과 죽음을 노래하기 때문에 더욱 슬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람처럼 철학적인 사람들은 없다”며 “죽음을 생각하고 그 죽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노래나 시처럼 일상에 녹이는 이들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석좌교수는 “살고 싶은 사람이 종교를 믿는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의 떡은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라며 “그 분을 모델 삼아 살아가는 것이 바로 기독교인의 삶”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 바로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는 것이었다”며 “왜 어느 날 갑자기 외손자가 죽고 딸이 눈이 멀게 됐는지 모르겠다. 하나님께서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 몰랐었다”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다시 소월의 시로 돌아와 강연을 진행한 이 석좌교수는 “소월이 왜 하필이면 아빠도 형도 아닌 엄마와 누나를 불렀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따뜻하면서도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여성적인 단어가 간절함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며 ‘아빠야 형아야 강변살자’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그렇다면 왜 여기에서 이름(엄마, 누나)을 불렀는가. 이름 명(名)이라는 한자를 보면 저녁 석(夕)에 입 구(口)가 아래에 있다”며 “빛이 있는 밝은 낮에는 그냥 손짓으로 부르든지 상대방에게 다가가면 되지만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다. 시 속에 나오는 소년은 심적이든 영적이든 어두운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양화진목요강좌에서 ‘소월은 왜 강변에 살자고 했나?’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라는 시구에서는 금빛과 갈잎의 초록, 반짝임과 노래를 통해 시각적인 색채의 공간과 노래라는 청각적인 공간이 함께한다”며 “기독교 또한 시각화된 게 많다. 어떤 이는 교회를 건물로 바라보기에 시각적인 공간으로 보지만 사실 교회는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인 것, 즉 말씀이 나오고 찬양이 나오는 청각적인 공간”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석좌교수는 “소월이 살고 싶었던 강변은 생명이 살아있는 곳, 하나님의 나라이지 않을까 한다”면서 “소월이 부른 ‘엄마야 누나야’는 하나님과 예수님으로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에서 영원히 살고 싶은 소망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신의 영역에서, 신의 창조된 영역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 알아야 한다”며 “지금 우리는 스타들에게 열광하고 있지만 우리의 영원한 스타, 그것도 슈퍼스타는 예수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아직도 지성이라는 싸늘한 쇳덩어리가 있어서 영성이라는 공간으로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있다”며, 지성에서 멀어져 영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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