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나라 안팎이 대통령으로 인해 어수선하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 주말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임기말 레임덕을 막기 위해 시작된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수사가 이런 결과로 이어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현재까지 드러난 대통령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일국의 대통령, 세계 10위를 바라보는 경제대국 대통령이 범죄자의 딸에게 휘둘리며 국정운영을 해온 정황에 국민들은 망연자실을 넘어 그런 대통령을 뽑은 자신을 원망하는 지경이다. 지난 25일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외신들도 ‘박 대통령이 불가사의한 여성과의 관계를 인정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때다 싶어 연일 ‘식물 대통령’ ‘유신독재자와 같은 비극적 말로’라는 말들을 쏟아내며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 대통령이 하야하면 박 대통령의 사람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바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서 야당 입장에선 제대로 된 대통령 선거를 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안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로운 국무총리를 세워 국정운영을 맡기라는 것이다.

4년 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는 대선 후보 등록에 앞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말을 “대통령직을 사퇴한다”고 희대의 말실수를 했다. 당시 천지일보가 촬영한 영상에는 말실수 내용과 이를 수습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담겼다. 대통령 하야설이 나돌자 언론들은 최근 해당 영상을 증거물로 들며 당시의 말실수가 실수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부패를 척결해 임기말 레임덕을 막으려 시작했던 칼질이 결국 대통령을 찌르는 형국이 됐다. 대통령이 가장 먼저 척결했어야 할 대상은 자신의 낡은 생각과 낡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최순실씨가 입국했지만 검찰이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상설 특검을 할지 별도 특검을 할지도 합의를 못했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나라를 안정시킬 방안을 여야가 합의해 속히 내놓지 못하면 국가 안보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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