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사회성’은 인간 생활의 기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성은 타고 나는 부분과 길러지는 부분이 있다. 가령 아이가 태어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엄마의 눈길과 목소리에 반응하곤 하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타고 난 사회성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성의 경우에는 길러지는 부분이 더욱 크다고 하겠다. 즉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모는 자녀의 사회성 향상을 위한 육아법을 기억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필자가 제시하는 사회성 향상 육아법 십계명이다.

첫째, 역할 놀이를 자주 시킨다. 병원 놀이나 집 놀이 등에서 의사, 간호사, 환자, 엄마, 아빠, 아이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아이는 자연스레 사회적 또는 직업적 역할을 이해하고 또 배우게 된다.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하면 더욱 좋다.

둘째, 차례를 지키는 게임을 한다. 예컨대 서로 순서를 지키면서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전진하는 게임을 하면, 아이는 기회의 공평함을 깨닫게 되고 게임의 규칙을 지키면서 사회적 규칙을 지키는 토대를 쌓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줄을 서는 상황을 경험하게 하고, 순서대로 미끄럼틀을 타거나 공을 던지는 경험을 하게끔 만든다.

셋째, 부모가 먼저 이웃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은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고, 실제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자.

넷째, 아이와 부모가 서로 타협하는 경험을 만든다. 아이가 무엇인가를 요구할 때 무조건 다 들어주거나 혹은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적절한 제한을 하면서 아이가 받아들일 만큼의 제안을 한다. 아이가 점차 부모와 타협하는 기술을 터득할 것이고, 이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다섯째, 아이 자신의 감정 인식 능력을 높여나간다. 즉 “지금 네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을 던져서 아이가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리게끔 만든다. 나의 기분이 슬픈지, 짜증이 나 있는지, 화가 나 있는지, 좋은지, 나쁜지, 행복한지, 즐거운지, 불안한지 등 여러 가지 형용사로 기술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예컨대 동화책이나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의 생각과 감정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한다. 아이는 보다 더 타인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고, 실제로 파악하는 능력도 커질 것이다.

여섯째, 새로운 환경을 자주 접하게끔 한다. 아이를 데리고 각종 체험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는 그들과 대화하거나 혹은 그들을 관찰하면서 사회를 경험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사회성이 체득될 수 있다.

일곱째, 집안일에 참여시킨다. 식사 후 식기를 설거지대로 옮기게끔 하거나, 물건을 옮길 때 도와주게끔 하거나, 집안 청소를 할 때 자신의 방을 청소기로 돌리는 것 등이 좋다. 부모를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고도 필요함을 깨닫게 되어 향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태도를 갖추게 된다.

여덟째, 자기주장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네 생각은 무엇이지?”라는 질문과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는 요구를 한다.

아홉째, 갈등 또는 다툼 해결 능력을 키워준다. 형제자매 간 혹은 친구 간의 갈등이나 사소한 다툼은 부모가 개입하지 않으면서 아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게끔 한다. 회피 전략이든 정면 돌파 전략이든 아이가 선택하게끔 지켜보는 것이다. 다만 아이의 불안이나 심리적 상처가 크거나 혹은 신체적인 싸움이 일어나면, 반드시 부모가 개입해야 한다.

열째, 욕구 조절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가 금 당장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혹은 특정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할 때 곧바로 들어주는 것보다는 나중에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끔 기다리게 한다. 이때 적절한 과제를 줘서 다 하고 나면 더 큰 보상이 있게끔 하는 것도 좋다.

이와 같이 사회성 향상 육아법을 통해 우리 아이가 훌륭한 사회성을 갖춘 다음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서 행복하게 살아나간다면, 부모로서 더 이상 기쁠 수 있겠는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