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스 갤러리’에서 양웅걸(33) 작가가 지난 19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섬세하다 할까, 부드럽다 할까, 세련됐다 할까.’ 느릿느릿 시선이 한곳에 오래 머문다. 투명한 통유리창 밖으로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는 나무 가구들. ‘누가 만들었을까’ 점점 더 궁금해진다.

1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작은 골목길에 있는 ‘카라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슴처럼 맑은 눈망울을 가진 그가 서 있었다. 양웅걸(남, 33) 작가다. 수수한 복장을 한 그는 곳곳에 전시된 가구들을 차분히 소개해 갔다.

간결하지만, 다양한 소재들을 접목한 게 눈길을 끌었다. ‘둥근 사각 수납장’의 곡선은 매우 세련됐다. ‘이런 작품 또 있을까’ 할 정도다.

나무(월넛)에 도자기를 접목시킨 ‘청화소반’도 그 자태가 아름답다. 과연, 사랑을 듬뿍 담아 제작된 게 틀림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곡선이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양 작가를 만나보니 금세 해소됐다.

▲ 양웅걸 작가의 작품 ‘둥근사각 거실장’.ⓒ천지일보(뉴스천지)


◆비보이 출신… 목공 세계 입문

양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비보이(B-boy)’ 출신인 그는 군복무 당시 목공병으로 차출돼 목공의 세계에 입문했다.

“목공을 처음 접했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 매력을 하나하나 알아갔고, 전역 후 진로 고민을 하다 목공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목공을 배우기 위해 고향인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오기도 했다. 공방에서 만난 스승에게 그는 수공구(톱·끌·대패 등) 사용법, 나무의 특징과 성질 등을 배웠다. 가구 디자인을 해 가면 스승은 피드백을 해줬다. 그렇게 그는 한 단계씩 목공을 익혀갔다.

하지만 3년이 됐을 무렵, 그는 디자인 부분에서 한계를 느낀다.

“배운 부분에 대해서는 머릿속으로 구상이 가능한데,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 갈증에 목말라하던 그는 ‘계원디자인 예술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나무의 성질을 터득해 온 터라 나무 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만드는 건 다른 학생보다 뛰어났다. “우와~”하며 주변 학생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지도교수는 “넌 나무 재료는 쓰지마”라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던졌다. 교수는 양 작가가 나무 외에 다른 재료 사용법을 터득하길 바랐던 거다.

“나무만 사용했던 저에게 ‘나무재료 사용 금지령’은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속이나 가죽 등 다양한 재료 사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재료가 언제 쓰이는지에 대한 원리를 이해해 갔죠.”

금속 등의 사용법이 익숙해졌을 무렵, 지도교수는 드디어 나무재료 사용 금지령을 푼다. 그 후 서로 다른 재료를 섞은 작품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그 인내의 시간을 통해 세상 빛을 보게 된 작품들. 그에겐 정말 사랑스러운 자식 같은 존재였다.

▲ 양웅걸 작가가 그의 작품 ‘둥근사각수납장’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선’ 의 아름다움 표현

양 작가의 나무가구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거다.

“구조미를 보여주는 것을 계속 고려했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접근하다보니, 선이 아름다운 가구가 나왔습니다.”

그가 만든 ‘의자’만 봐도 선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심플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 그러면서도 실용성을 가미한 것. 이게 그의 가구 속에 담긴 철학이 아닐까 싶었다.

▲ 양웅걸 작가가 만든 나무 가구들. ⓒ천지일보(뉴스천지)

◆공방세계 입문 10년

공방 세계에 입문한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이 시점이 되자, 그는 졸업 작품이 떠올랐다. 긴 의자를 두 개 이은 모양의 가구작품. 처음 터득한 목공 기술과 학교에서 배운 가구 디자인이 결합해 나온 결과물이어서 더 애착이 간다고 한다. 지금 만드는 작품보단 완성도가 떨어지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그를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작품이었다.

10년을 맞아 양웅걸 개인전인 ‘10년前, 10년展’이 열렸다.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

10년 전 작품을 시작했고, 10년이 다가오고 있고, 10년간 만든 것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특히 올해 새롭게 디자인한 것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여서 매우 뜻 깊다고 한다.

“10년 후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긋이 미소 지었다.

“나무가구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줬으면 해요”

조금의 꾸밈없는 그의 대답. 앞으로 탄생될 그의 작품들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양웅걸 작가 이력
▲2004년 목공 입문
▲목공동호회 나무와 사람들 회원
▲계원디자인 예술대학 가구디자인 전공
▲양웅걸 퍼니쳐 스튜디오 대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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