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7법난 기념관이 세워질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부지. 사진 위쪽 동그라미가 1동 예정지이며, 아래쪽 동그라미가 2동 예정지. 조계사를 중심으로 주차장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유지 21필지 등기 전수조사 해보니

“매매계약 2곳 진행… 소유권 이전 절차 남아”
“기독교서 사들이고 있다” 소문, 사실무근으로
위탁 부동산 “물꼬 트였다”… 하지만 산 넘어 산

[천지일보=황시연·백지원 기자] 10.27법난 기념관 사업이 토지 매입 문제로 부진한 예산 집행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본지가 매입이 필요한 사유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24일 기준 소유권 이전까지 완료된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계종 사업 관계자는 21필지 가운데 2필지가 완료됐다고 밝혔으나 이 지역에 대한 등기를 확인한 결과 명의 이전까지 완료된 곳은 없었다.

10.27법난 기념관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 2개동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기념관이 들어서게 될 토지는 현재 사유지 21필지, 국공유지 2필지, 조계종 소유 5필지다.

이 사업은 국가 세금으로 토지를 매입해주고, 그 토지를 국가 소유로 기부 채납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사유지의 경우 협의매매 방식으로 토지 매입이 이뤄지는데, 현재 매도자와 매수자 간 보상비에 대한 이견으로 매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사유지 21필지는 현재 빈집이나 가정집도 있지만, 주인들이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세를 내줘 임대로 장사를 하는 곳들이 많아 매매의 어려움이 크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역시 “이 지역은 매물이 거의 안 나온다”고 했다. 비싼 땅인 만큼 토지와 건물에 대한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등기상 소유주는 아직 모두 ‘개인’ 또는 천주교

지난 24일 본지가 국공유지와 조계종 소유를 제외한 사유지 21필지에 대한 등기를 확인해보니 소유권은 모두 개인에게 있었다. 게다가 소유주 대부분은 땅을 산 지 수십년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웃돈을 받고 팔려는 목적으로 최근 부지를 사들여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예산이 편성되고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명의 이전까지 완료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는 것.

한 부동산 관계자는 “등기상 소유권 이전이 안 되면 매매가 완료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지원단 관계자는 “매매계약은 됐지만 기부채납하는 절차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 곳은 대금이 진행돼서 나머지 절차가 진행 중에 있고, 나머지 한 곳은 세입자가 있어서 10월 말에 잔금지급이 되고 나면, 나머지 소유권 이전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탁을 맡은 부동산 업체 역시 “27일쯤 한 곳이 소유권 이전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전과 비교해서 속도가 많이 붙었다.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으니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세입자들 “뜬소문만 무성… 직접 설명 들은 적 없어”

하지만 사업 진행 곳곳에 암초가 남아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일부 땅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의로 된 곳도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 입장을 문의했으나 “종교편향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며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 10.27법난 기념관 예정 부지의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유 건물.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당장 해당 부지에서 세를 얻어 장사를 하거나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사업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세입자들 대부분은 10.27법난 기념관 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막연한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지주나 건물주에게 설명을 듣거나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세입자들은 “손님들이 말해줘서 들어본 적은 있다” “땅 주인과 연락한 지 오래 됐다”는 반응이었다. 일부는 아직 임대차 계약이 수년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땅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라하더라도 해당 부지에서 장사를 오랜 기간 해온 상황에서 나갈 준비가 전혀 안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상가의 세입자는 “몇년 전부터 (토지 매입과 관련해) 소문은 계속 돌았다. 하지만 실제 직접 지주나 건물주에게 들은 건 없다”면서 “손님들이 와서 ‘팔렸다고 하던데, 언제 나가세요’ 등과 같은 문의를 한다. 그래서 오랜 기간 마음만 불안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지가 만난 지주·건물주와 세입자들은 이번 사업과 관련해 “설명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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