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7법난 기념관이 들어서게 될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의 모습. 조계사 주위로 들어선 현대식 고층빌딩들이 말해주듯 서울 도심에 위치해 있어 금싸라기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토지 매입을 두고 건물주와 매입하려는 조계종 간 이견을 좁히는 일이 쉽지 않다. 사진은 석가탄신일을 열흘 앞둔 지난 5월 4일 연등 점등식이 열린 조계사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조계종-지주·건물주 입장 차로 ‘부지매입 난항’

일부 언론 보도
“건물주, 시세 차익 노리고 높은 가격 불러”

인근 부동산업자
“조계종, 시세 60%도 안줘… 나라도 안 팔것”

위탁 부동산 관계자
“시세보다 부족한 금액 아냐… 복잡한 문제”

[천지일보=황시연·백지원 기자] “수십년 동안 고생해서, 조금씩 아끼고 아껴서 운영해온 곳인데 (조계종에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하고 팔라고 하니 답답하죠. 아휴….”

10.27법난 기념관 부지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가 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조계종에서 제시하는 금액에 팔고 세금까지 내고 나면, 당장 장사를 이어가는 게 막막하다고 했다.

1500억여원의 세금이 투입돼 추진 중인 10.27법난 기념관 사업이 난관에 봉착해 제자리걸음이다. 조계종과 기념관이 들어설 부지의 지주·건물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애초에 서울 도심에 1600억원의 예산 규모로 사업을 추진하려 한 시도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지원단 지원단 관계자는 “파는 사람들은 비싸게 팔려고 하고, 사려고 하는 사람은 적정 가격에 사려고 하다 보니 갭(차이)이 있어서 (사업이) 늦어지는 것 같다”면서 “보통 공시지가의 2~3배를 일반적인 시세로 보는데 파는 쪽에서 그 2~3배의 2배, 즉 공시지가의 4~5배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법난사업추진위원회 관계자도 “팔려고 하는 사람이 기대 심리가 있다 보니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지주와 건물주들이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어 협의가 쉽지 않다고 보도한 바 있다.

◆건물주들 “시세도, 세금도 고려 안해”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건물주들에게 시세의 60%도 안 주려고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주들이 안 파는 것”이라며 “(해당 지역 일부의) 시세가 평당 7000만~8000만원인데 (조계종에서) 5000만원도 안 주려 한다. 나라도 안 팔 것”이라고 말했다.

부지 예정지의 지주들과 건물주들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해당 부지의 한 상가 주인은 “법난 기념관 사업이 추진되고 용역 부동산업체에서 수차례 찾아왔지만 (토지 매매 가격으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렀다”고 했다.

그는 “(용역업체에서) 공시지가의 2배와 보상비 조금을 이야기하는데, 문제는 양도소득세가 대략 42% 된다는 것”이라며 “그쪽에서 이야기하는 금액으로 팔아서 장사를 하려면 경기도 변두리 외곽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일부 언론보도와 달리 시세 차익을 노리고 이득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근처에서라도 새롭게 영업을 하기 위한,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라는 것이다.

◆혈세 1500억 투입된 사업 ‘진퇴양난’

해당 건물주들에 따르면 서울 도심이다 보니 해당 지역의 현재 시세는 공시지가의 5배를 웃돈다. 반면 위원회에서 의뢰해 진행된 KDI 적정성 검사에서는 공시지가의 2.5배 정도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이 때문에 조계종에서 요구하는 금액에 땅을 넘기면 비슷한 규모로 근처에서 장사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건물주의 입장이다. 아울러 여기에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까지 제하고 나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조계종에서 요구하는 가격으로 파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77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토지 매입에 배정됐지만 당장 생계를 접고 땅을 팔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 상가 주민들의 요구를 해결해 주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이에 대해 조계종의 위탁을 받아 토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관계자는 “여러 상황들이 고려되기 때문에 ‘시세’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시세보다 부족한 금액을 제시한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결국 ‘파는 쪽’과 ‘사는 쪽’의 시각 차가 있어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매입이 잘 이뤄지지 않자 국가가 나서서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현재보다 예산을 훨씬 더 끌어올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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