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가족부 국립여성사전시관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의 과제와 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물관·연구기관과 MOU체결
전세계 여성박물관 79개 有
국내 여성 관련 기록 부재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과 전문가 의견 수렴이 본격화됐다.

여성가족부 국립여성사전시관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국립민속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국학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이 추진되는 시점에 대외적으로 건립의 타당성을 알리고, 기존 박물관 및 여성계·학계 등과의 교류와 협력 강화를 통해 건립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서강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이보아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여성리더십이나 여성 관련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한민족 여성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대표하는 국내 문화기관은 부재한 상황”이라며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통해 기존 여성사전시관을 발전적으로 확장하고 양성평등 문화강국으로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사학과 정현백 교수는 “여성사박물관은 전시를 통해 고대~고려~조선~근현대사의 시대구분에 따라 여성의 삶의 전체 흐름을 제시해야 한다”며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 행동 주체이자 생활의 주체임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페미니즘이 지난 10년간 침체기를 넘어서 다시 여성들의 높은 호응과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 일자리 찾기, 일·가정 양립문제, 자녀교육,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지만 해결을 위한 ‘수평적 연대의 정치’가 아직 모색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사박물관을 통한 정체성의 정치는 여성들이 역사적 행위주체로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 기여하는 통합적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주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은 “여성사박물관의 전시는 새로운 해석에 의해 주제를 선정하고 유물을 배치해야 한다”며 “의식주 생활의 결과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식주 생활에 들인 여성의 노동의 의미를 당시 사회구조의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여성사박물관이 여성 이슈를 다루고, 현재의 문제에 대한 대안도 생각해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여성단체와 협력해 머리를 맞대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한국의 여성단체 자료의 보존 및 역사적 가치 존중에 대해 강조했다. 한국의 여성운동을 주도한 여성단체들의 역사적 자료는 각 단체마다 흩어져 있어서 분실될 우려가 많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주요 자료들을 여성사전시관에 모아서 보관하고 전시해 각 단체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할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성자 무형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도 “여성들이 부른 노래와 구전 설화, 여성들에게 들은 구술사, 여성들이 등장하는 신화 등 무형문화재를 주요 주제와 전시 내용으로 설정할 수 있다”며 “여성과 관련된 유·무형문화재와 유물을 집중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박물관을 포함해 여성사박물관이 37개국 79개 운영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사회발전에 기여한 여성들의 크고 다양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 기록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국립여성사박물관이 대한민국 여성이 이뤄낸 역사적 성과를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중심기관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는 새로운 역사를 이끌고 변화시킬 주체로 ‘여성’이 부각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양성평등 관점에서 역사기록을 재구성해 균형잡힌 역사관을 확립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양성평등 교육의 장을 확장하자는 취지로 국립여성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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