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7법난 기념관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배정됐지만 집행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난 기념관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부근에 세워질 예정이다. 사진은 조계사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1980년 신군부, 스님·사찰 등 연행·수색
‘피해자 명예회복’ 위해 기념관 건립 추진

2015~2016년 책정된 예산 총 833억원
실제 집행된 예산은 15억… 집행률 1.8%
“집행가능성 등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천지일보=황시연·백지원 기자] 10.27법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10.27 법난기념관 사업의 예산 집행률이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계획안 제출 단계부터 특혜 논란, 종교편향 문제로 시끄러웠던 사업이 실제 추진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을 배정받고도 실제 집행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불용액(쓰지 못한 돈)이 대거 발생하면서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대한 집행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10.27 법난기념관 건립지원을 위해 책정된 예산액은 지난해와 올해 총 833여억원. 지난해엔 200억원, 올해는 632억 92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이 중 지난해에는 14억 8500만원만 집행됐고, 올해는 8월 말까지 한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사업이 부지 매입단계에서 난항을 겪으며 배정된 예산액 대비 1.8% 정도만 실제 집행된 것이다. 이로 인해 수백억원대의 불용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조계종 입장에선 예산미집행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기념관 건립 위해 정부 1513억 지원

10.27 법난이란 1980년 10월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라는 명분으로 승려와 불교계 관계자를 강제로 연행·수사하고,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을 수색한 사건이다.

이에 정부는 과오를 인정하며 지난 2008년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특별법)을 제정했다. 아울러 이 특별법에 따라 조계종과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위원회)를 주축으로 조계사 인근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관 건립 사업이 추진됐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10.27법난 기념관 건립사업 예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기념관 건립을 위해 투입되는 1670억원 중 90%인 1513억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조계종이 157억여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막대한 세금이 민간의 부지 매입 등에 사용되는 데 대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구나 이 같은 논란 속에 배정받은 막대한 예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책정된 833억여원 가운데 15억여원만 집행됐다.

현재 예산 집행이 지지부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법난 기념관은 크게 2개동으로 세워질 예정인데 이 가운데 1동 예정지 중 사유지가 75.5%, 서울시 땅이 7%이다. 2동 예정지는 100% 사유지다.

사업 부지의 80%가 사유지인 만큼 부지 매입 문제는 사업 초기부터 난항이 예상됐던 사안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해온 인근 상가의 상인·건물주 등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 문체부 2017년 예산안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 내용 중 일부. 10.27법난 기념관 건립을 위해 지난해 200억원, 올해 632억 9200만원이 투입됐으나 지난해에는 14억 8500만원이 사용됐고, 올해는 8월 말까지 한푼도 사용되지 않아 수백억원의 불용액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문체부 2017년 예산안)

◆필요한 21필지 중 2필지만 매입… 10% 수준

조계종은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부지 소유주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본지 확인 결과 매입이 필요한 21필지 가운데 현재 2필지만 확보한 상태다.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된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토지 매입은 10%도 안 된 것이다.

문체부 위원회 지원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부지 매입”이라면서 “파는 사람들은 비싸게 팔려고 하고, 사려고 하는 사람은 예산 범위 내에서 사려고 하다 보니 사업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배정된 예산으로는 공시지가의 2배 정도 이내에서 매입이 가능한데 건물주들이 (매매가격을) 4~5배 정도를 부르다보니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나머지 19필지에 대한 매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법난사업추진위원회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현재 사업의 진행 단계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건물에 대한 계획안을 세우는 단계이고, (부지 매입과 관련해서는) 파는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 예결위 심사보고서 중 일부. 예결위는 올해 심사보고서를 통해 문체부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의 저조한 집행률을 지적했다. 문체부에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대한 집행관리가 미비한 점이 있다고 판단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예결위는 “문체부는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계획의 집행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등 집행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결위 “사업 집행 가능성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예결위는 올해 심사보고서를 통해 문체부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의 저조한 집행률을 지적했다. 문체부에 ‘종교문화시설 건립’에 대한 집행관리가 미비한 점이 있다고 판단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현재 법난기념관 건립 지원 사업이 문체부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법난기념관 추진이 부지매입에서 막히면서 현재 예산집행이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예결위는 “문체부는 종교문화시설 건립 사업계획의 집행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는 등 집행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와 올해 예산 800억여원이 이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위원회 측은 기념관 내년 예산으로 227억여원을 또 요구한 상황. 내년에 1000억여원을 가지고 부지 매입을 한다는 계산이지만 2년에 걸쳐 이뤄지지 않은 부지 매입이 1년 안에 입장차를 좁혀 모두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25~26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법난 기념관 예산에 대해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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