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출처: 연합뉴스)

“과학·객관적 방법으로 검증”
선거관리 절차 미흡엔 ‘유감’
전체 투표 결과와 현격한 차이
“軍 부재자 투표 문제점 시사”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지난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진위검증과 관련해 “그동안 부정투표함으로 인식됐던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은 조작되거나 위조되지 않은 제13대 대통령선거의 정규 우편투표함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선거관리 절차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중앙선관위는 한국정치학회가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를 토대로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의 개함·계표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관계자 인터뷰, 사건자료 조사·분석 등 과학적·객관적인 방법으로 검증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구로구을 부정투표함 사건은 지난 1987년 12월 16일 오전 11시 20분께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구로구을 선관위에서 일부 우편투표함을 조기에 이송한 것이 발단이 됐다. 투표상황을 감시하러 나온 공정선거감시단과 일부 시민은 선거시간이 끝나기 전인 오전 시간에 왜 투표함을 개표소로 보내려 했는지 선관위 측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당 투표함을 부정투표함으로 규정하고 탈취했다. 이틀 후인 12월 18일 오후 4시 50분께 개표 당시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은 개함·계표하지 않고 무효로 처리됐다.

선관위는 투표함 탈취 사건에 대해 “당시 1987년 직선제 개헌 후 처음으로 실행된 대선 과정에 후보자 간 격렬한 대선 구도가 형성된 긴장된 상황에서 부정선거를 감시하고 민주주의를 새롭게 펼쳐가야 한다는 민주시민의식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여러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편투표함 진위검증과는 별개로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지정받은 것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또 “1987년 제13대 대선 당시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의 조기이송이 법규 위반사항은 아니었다 해도 선거 과정의 절차적인 부분에 소홀한 선거관리가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사건의 발단이 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한다”며 “앞으로 보다 공정하고 국민에 믿음을 주는 선거관리가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 부재자 투표함인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개함·계표에 따른 후보자별 득표수는 ▲노태우 3133표(74.84%) ▲김영삼 404(9.52%) ▲김대중 575(13.55%) ▲김종필 130(3.06%) 등으로 당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제13대 대선 전체 개표결과는 ▲노태우 828만 2738표(36.64%) ▲김영삼 633만 7581표(28.04%) ▲김대중 611만 3375표(27.05%)로 나와 구로구을 투표함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를 두고 선관위는 “군 부재자 투표가 ‘온전히 민주적으로 시행되지는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사건 이후 1992년 군 부재자의 영외투표 법제화 등 선거 제도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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