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화가, 건국대 겸임교수

아직도 눈도 오고 춥기는 하지만 이미 봄꽃이 피었으며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진해 벚꽃은 3월 26일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 2일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서울은 4월 6일부터 개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 2010년도 세 번째 달이다. 시간은 쏜살과 같이 달린다. 꽃이 피면 마음에도 꽃이 펴야 할 텐데 인간은 자연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 듯하다.

어느 고승께서 말씀하였다. 사람들은 옆에서 남들이 죽어가는 데도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법정스님도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고 말씀하였다. 이러한 기본적인 철학 부재로 인해 세인의 삶에서는 엄청난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의 결과,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시끄럽다. 러시아 극우파 스킨헤드의 야만적 행동,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 전자발찌, 터키 강진, 칠레 콘셉시온, 식품법 무풍지대, 도요타 리콜, 두바이 암살단, 비리 교장 체포, 4대 비리 척결, 싹쓸이, 물갈이 등이 3월 신문 지면을 메우고 있다. 인생은 웃으며 살기에도 짧다고 하는 데 생각이 모자란 인간들은 온갖 나쁜 짓으로 세인의 지탄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나쁜 짓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좋은 인간, 또 하나는 나쁜 인간 말이다. 선악에 회색지대가 있을까? 좋지 않으면 나쁜 것이다. 많은 사회적 문제는 윤리에서 시작된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죄송합니다.” “사정이 나아지면 나중에 잘 하겠습니다.”라고 하며 자기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무조건 이기거나 성취하는 게 대수는 아니다. 손자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탄 할머니가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보고 줍지도 않고 손자보고 주우라고 하지도 않으면서 너는 공부 잘 해서 좋은 직장에 가야 한다고 하면 균형이 없는 웃기는 교육이 아닌가? 어른이 솔선수범하지 않는 사회는 망할 수밖에 없다. 말로만 사랑이요, 윤리인 어른들은 반성하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해외 이주 노동자가 80%가 넘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안산의 원곡동은 다문화 사회를 상징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원곡본동 전체 주민 수 4만 2900여 명의 37.5%에 해당하는 무려 50여 개국 1만 6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으며 불법체류자 등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66%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이 동네는 ‘국경없는 마을’로 불린다. 이러다 보니 성폭력 등 여러 가지 범죄가 발생하고 주민들은 밖에 나오는 것을 무서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별한 환경 속에 이주노동자방송이 주관하는 이주노동자영화제도 열리고 미술 대안공간 리트머스가 버려진 공간, 빈 공간, 자투리공간을 활용하여 지역의 환경을 예술적으로 개선하고 환기시키려는 정부의 취지에 맞추어 3년 전부터 문화적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적 접촉을 통한 문화적 변화 실험, 동시대 예술을 매개하는 예술 공간, 대안미술을 고민하는 대안예술 아카데미,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지역 공간, 수평적 국제교류를 기반으로 지속적 국제 네트워크 구축, 예술의 공공성을 질문하고 실험하기, 소수자와 다수자의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운영 등의 목표를 갖고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이들 예술, 문화 활동 등이 이주자의 인권 신장 역할을 충분히 하여야 하는 동시에 또한 나쁜 심성의 인간들을 교화시켜서 이 지역의 온갖 종류의 범죄를 줄이고 건강한 지역으로 변모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예술로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례는 많다. 서울시 서대문구는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우처 사업의 하나인 ‘마음회복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인구의 10% 이상이 경험하는 우울 장애를 가진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도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아순시온 시립교향악단 지휘자인 루이스 사란(Nuis Szaran)이 8년 전 소외된 파라과이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해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남미의 최빈곤 후진국 파라과이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고 거리를 배회하던 3000명의 청소년이 악기와 노래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금년 2월에 한국 아동복지시설 부산 소년의 집 출신의 중학교 1학년 학생에서 30대 직장인 100명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관현악단의 성공적인 미국 뉴욕 맨해튼 카네기홀 공연이 있었다. “연주자 한 사람씩만 보면 프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전체가 한마음이 돼 만든 선율은 세계 어느 오케스트라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고 지휘자 정명훈 씨는 밝혔다.

서울 시민을 상대로 ‘삶의 인문학 특강’을 여는 서울대 인문대의 변창구 학장은 “인문학은 경제적으로 풍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착각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이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강조하면서 “대중을 향한 인문학적 소통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찾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하였다. 예술을 통하여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미술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종교든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철학과 윤리성과 창조성을 회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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