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삼성은 지난 11일 연이은 발화 사고가 일어난 신제품 ‘갤럭시노트7’을 결국 단종했습니다. 출시된 지 54일 만의 일입니다.

홍채인식, 스타일러스펜, 방수방진 등 스마트폰의 ‘완성체’로 평가받았던 갤럭시노트7가 제대로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사망선고를 받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한국거래소에 “최근 갤럭시노트7 소송 발생으로 정밀한 조사와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공급량을 조절했으나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습니다.

‘갤럭시노트7’ 단종이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은 다음 날 열린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의 분위기는 침울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 소속 사장들은 갤노트7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해당 부서 측에 물어봐라” 등 말을 아꼈습니다. 심지어 갤럭시노트7 사태의 책임자인 신종균 사장과 고동진 사장은 회의에 불참했습니다.

갤랙시노트7의 단종 여파는 컸습니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 사태에 3분기 실적을 대폭 하향조정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영업이익 7조 8000억원)에서 갤럭시노트7의 1차 글로벌 리콜 비용(1조~1조 5000억원 추정)을 반영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다시 단종에 따른 실제 비용 즉, 리콜 비용 및 판매 중단에 따른 손실을 포함해 2억 6000억원을 추가로 반영했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은 7조 8000억원에서 5조 2000억원으로 ‘뚝’. 이미 발생한 손실 등을 합칠 경우 7조원 이상 손실을 입는다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갤럭시노트7 폭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끝까지 (원인을) 밝혀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일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으로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팩 내부의 배터리셀 분리막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삼성은 중국의 ATL 배터리 제품으로 교환했습니다. ATL 배터리가 탑재된 교환품에서도 폭발이 일어면서 배터리 자체 문제가 아닐 가능성 크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발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만이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셈입니다.

삼성의 자체 조사와 별도로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을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이르면 이달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KTL은 국내에서 발화 사고가 발생한 갤럭시노트7 4~5대를 집중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갤럭시노트7 악재에 애플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당초 혁신이 없다고 평가 받던 신형 아이폰7이 전작 아이폰6보다 미국에서는 4배, 국내 예약판매도 2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의 반사 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이 작금의 갤럭시노트7 발화문제로 인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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