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끝까지 버틸 것만 같았던 이대 최경희 총장이 끝내 사퇴를 했다. 좀 더 일찍 결단했다면 수많은 학생들의 고통과 눈물을 덜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럼에도 만시지탄이다. 이번 ‘이대 사태’는 최 총장 개인의 진퇴에 대한 문제를 이미 넘어섰을 뿐더러 권력과 자본 앞에 대학사회가 어떻게 만신창이가 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언론에 전해지는 여러 소식을 보노라면 명색이 명문사학인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부 교수들의 행태는 부끄럽다 못해 역겨울 정도이다.

해방이화, 그들이 자랑스럽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강의실 밖으로 나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이대 역사 130여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자고 나면 새로 불거지는 정유라씨에 대한 온갖 의혹들을 모두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입학 과정부터 출석, 학점에 이르기까지 의혹이 새로운 의혹을 만들면서 급기야 학내 문제를 넘어서 국민적 공분으로 확산돼 버린 것이다.

학생들이 앞장서 ‘이화인’의 이름으로 내건 ‘해방이화’의 외침이 단순한 울림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희 총장의 사퇴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정당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경찰 병력을 교내로 끌어들였다. 과거 군사정권 때나 보던 낯익은 풍경이었다. 명백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문제도 철회됐다고 해서 이대로 덮을 문제가 아니다. 듣도 보도 못한 그런 대학을 왜 설립하려 했는지, 그 과정에서 권력과의 어떤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를 밝혀내야 한다. 대학이 돈벌이 수단이 된다든지 또는 권력의 하수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방이화’를 외친 학생들의 뜻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일 것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그것이 지성의 본질이요, 대학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이에 다수의 교수들도 침묵하지 않고 제자들과 함께 행동에 나섰다. 모처럼만에 스승다운 지성의 행동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정유라씨에 대한 의혹도 ‘이화인’의 이름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썩은 곳이 있다면 단호하게 도려내야 한다. 동시에 학생들의 저항이 없었다면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학내 비리 의혹도 이참에 가려내야 한다. 일부 교수들의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저항하지 않고 외치지 않으면 세상은 결국 ‘악의 편’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보여준 ‘이화인’의 용기와 투쟁에 큰 박수를 보낸다. 갈수록 거꾸로 가는 듯한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그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