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북한주민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인 북한인권법이 2005년 당시 김문수 국회의원에 의해 처음으로 발의된 지 11년 만에 지난 3월 2일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했다. 예전만 해도 11년 동안 줄기차게 북한파괴법, 대북삐라살포법이라며 결사반대를 외쳤던 야당들은, 그야말로 더 이상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준엄한 양심의 목소리에 동참하는 듯했다. 그래서 더욱 북한인권법이 인권유린의 피해자인 북한주민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인권유린의 가해자인 북한 세습독재세력에게는 지금 당장 멈추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역사에 기억되는 소중한 생명법이 되기를 모두가 소망했고 축하했다.

하지만 우리의 이 같은 바램을 비웃기라도 하듯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북한인권법은,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거꾸로 가는 시계바늘처럼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2010년 2월 당시 북한인권법이 국회 외교통상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상정만 하면 모든 것이 상황 종료될 수 있는 급박한 시기에, 결사 저지를 외치는 민주당과 저지당하는 척하던 당시의 한나라당 지도부를 규탄하며 16개월 동안 잠자고 있던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거리농성을 벌이던 때가 생각난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원내대표였던 현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원내대표 재임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북한인권법을 저지한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드는 모습을 보며 국회 앞에서 거리농성에 돌입했고,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011년 6월 30일 눈물을 머금고 농성을 접으면서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저는 대한민국 법사위원들께서 국제형사재판소가 민간인 살해 혐의로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잘 기억하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김정일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무고한 우리 국민의 생명을 빼앗아 갔고 이로 인해 국제형사재판소가 전쟁범죄 혐의로 예비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카다피의 범죄에 비해 김정일의 범죄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떤 국회의원께서 카다피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판단과 결정이 잘못됐음을 항변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곧 김정일도 우리 국민의 생명을 빼앗아간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것입니다. 이런 김정일을 옹호하는 일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어나서야 되겠습니까. 북한인권법 제정을 저지하는 일은 천안함 전사자와 연평도 희생자를 만든 살인자 김정일에 대한 면죄부를 만들어주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필자와 함께 김정일 국제형사재판소 제소운동을 펼쳤던 많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 아쉽게도 김정일은 사망했지만,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범죄와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저질렀던 전쟁범죄행위는 여전히 역사적 단죄의 대상임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아직도 그 운동이 끝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여기에서 멈춘 것을 넘어서서 거꾸로 가고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해 명확히 짚고 가야 하는 것이 있는 바, 북한주민의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법이라는 것과, 인권문제는 반드시 인권유린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가해자에게는 경고와 심판의 메시지가 돼야 하고, 신음하는 인권유린의 피해자에게는 결코 포기하지 말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구원의 메시지가 돼야 한다. 그런 개념도 없이 마주하는 북한인권법은 그 자체로 죽은 법이 될 것이며, 우리는 또다시 북한주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11년의 세월은 북한주민에게는 100년의 시간과 같은 긴 고난의 과정이었으며, 지금 이 순간의 몇 개월은 북한주민들에겐 수년을 되풀이하는 지옥의 굴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을 잊는다면 우리는 인권유린의 공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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