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시진핑-두테르테, 베이징서 정상회담
양국 협력강화 합의… 이해관계 일치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워싱턴에는 굿바이(Good-bye)를, 베이징에는 헬로우(Hello)를….”

20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이번 외교행보를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해가기로 했다. 반면 필리핀은 여전히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원하는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확보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경제협력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가깝고 친밀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겨울에 가까운 시기에 (중국에) 방문했지만 우리의 관계는 봄날”이라고 했고, 시 주석 역시 “필리핀과 중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국가이자 혈연으로 이어진 형제 같은 사이”라며 “단결, 협력, 발전은 양국의 공동목표”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필리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장려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필리핀의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도우려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두테르테의 방중에 이례적으로 극진한 대우를 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관계개선 시도는 MOU 체결로 이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필리핀 고속철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반면 필리핀은 미국과는 더욱 거리를 두고 있다.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을 겨냥해 “그들 국가가 우리 국가에 남아있는 것은 스스로의 이익에 따른 것”이라며 “이 때문에 ‘안녕, 친구’라고 말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앙숙이었던 중국에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인사를, 전통 우방인 미국에는 이별을 고한 것이다.

이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침체를 타개하는 한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데 대해 국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중국 역시 이번 필리핀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아태 지역에서 미국에 맞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보여온 친중·반미 행보를 재확인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판도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외교·안보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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