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열린 간화선 대법회에서 법문을 전하는 조계종 종정 진제큰스님. (출처: 동화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계종 고승들이 깨우침을 갈망하는 대중들에게 화두 참선의 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와 재단법인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는 최근 대구광역시 팔공총림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7일(15~21일) 일정으로 ‘제2회 간화선 대법회’를 열었다. 법회에 참석한 7명의 국내 최고 선지식들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깨달음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법회 입재식에 이어 첫날 법석에 오른 스님은 종단의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큰스님이다. 진제스님은 법당을 가득 메운 1500여명의 대중들에게 “화두를 참구(參究, 참선하며 진리를 탐구함)하되 활구(活句) 참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활구란 모든 분별과 생각이 모두 끊어진, 파격적이고 역설적인 글귀 즉 ‘살아있는 말’을 뜻한다. 스님은 “모든 대중은 일상생활 속에 간절히 화두와 씨름해 의심이 지속되게끔 노력하고 노력하라”고 설했다.

진제스님은 “중생은 습기(習氣, 번뇌로 인한 버릇)만 익혀왔기 때문에, 대신심(大信心, 종교를 믿는 마음)과 대용맹심(大勇猛心, 용감하고 사나운 마음)을 내어 화두를 챙기고 번뇌와 망상이 들어올 틈이 없도록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화두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본래 모습의 나)인가’를 살펴야 한다”며 “오매불망 간절히 뼛골에 사무치는 각자의 화두를 들어 일념이 지속되도록 혼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불교 선지식인 진제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마하가섭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심인법(心印法)을 잇고 있는 제79대 법손(法孫)이다.

◆“석가의 가르침, 일상 떠나서 존재하지 않아”

간화선 대법회 둘째 날 법문에 나선 무여스님(축서사 선원장)은 일상생활 속에서의 수행과 정진이 정말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스님은 “일상 그대로 공부와 생활이 일치해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은 일상을 떠나 존재하지 않는다”며 “생활 선이 되게 하는 것이 화두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무여스님은 “보통 사람들은 돈·명예·권세·가정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은 잠깐으로, 진정한 행복은 참선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바라고 구하던 행복은 각자의 생활환경 속에서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은 셋째 날 열린 법회에서 “인삼은 6년만에 캐고 산삼은 보는 즉시 캔다면 수행도 듣는 즉시 실천하라”면서 깨달음과 함께 반드시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거짓 행복에 속지 말고 수행정진”

넷째 날 법문을 설한 함주스님(법주사 총지선원 선덕)은 10여년 만에 대중과 함께해 관심을 모았다. 스님은 “수행정진에는 고행이 따르게 마련이다. 편히 앉아서 깨닫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깨치기는 어렵다”며 “태산은 흙 한 줌 한 줌이 모여서 됐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적고 하찮아도 옳고 바르면 모이고 모여서 큰 산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다섯째 날 동화사 금당선원 유나(총림의 모든 규율·규칙을 총괄하는 직책) 지환스님이 대중 앞에 섰다. 지환스님은 “부처로 살겠다는 치열한 발심(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음)으로 간절하고 꾸준히 화두를 구하고 찾으면 삶이 변화할 것”이라고 설했다.

스님은 “거짓 행복에 속지 마시고 소욕지족(욕망을 줄이고 만족할 줄 알라)의 자세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며 “남은 시간과 힘을 참다운 행복에 다가가는 수행에 진력하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20일 현기스님(지리산 상무주암 수좌)이, 21일 대원스님(학림사 오등선원 조실)이 차례로 법사로 나선다. 이번 간화선대법회는 수행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한국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의 중흥을 위해 마련된 법석이다.

간화선이란

화두를 탐구해 깨달음에 이르는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이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주창한 이후 간화선은 한국불교의 주된 수행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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