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위원장 "얘기할 입장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호송 과정에서 수갑과 포승을 한 수감자의 얼굴을 노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던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의 얼굴이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 여부를 놓고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11일 `김길태 얼굴이 공개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 위원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하면 시끄러워질 수 있다"며 "인권위는 (위원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들어보는 기관이다. 합의제 기관이다"며 김길태의 얼굴 공개에 따른 입장 표명을 꺼렸다.

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권위 회의실에서 두 명의 상임위원과 함께 상임위원회를 열었으나 `흉악범 얼굴 공개'를 심의 안건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현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나'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옛날 관련 내용이 정리돼야 한다"고만 말했다.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현 위원장은 "인권위가 그동안 어떤 권고를 했는지 그 건으로 대체하면 된다. 인권정책 관련 담당자와 얘기를 하라"며 말을 아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그동안 흉악범의 얼굴 공개와 관련해서는 자체 의견을 표명하거나 관련 기관에 권고를 내린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 6월 A 구치소가 외부 병원에 진료를 받는 수용자의 얼굴과 수갑, 포승을 드러내는 것을 '인권 침해'로 판단, 해당 구치소 소장에게 호송 과정에서 수용자 얼굴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호송 관련 업무를 개선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구치소 측의 이러한 행위는 헌법 제10조 및 제17조에서 보호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및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 김길태 같은 흉악범의 경우 가해자의 인권보다 공익 또는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비등하자 인권위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인권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흉악범의 얼굴 공개'와 관련해 "이 문제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는 게 원칙"이라며 "흉악범의 얼굴 공개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 마련, 적법한 입법 절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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