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구역에서 출토된 청동제 풍탁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러시아 연해주 서남부 지역에서 발해가 말갈을 지배한 것을 입증하는 청동제 풍탁(風鐸)이 출토됐다.

19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러시아 연해주 남부에 있는 시넬니코보-1지역의 발해 보루(堡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군사 요새) 내부를 조사해 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길이 약 10㎝의 청동제 풍탁(처마 끝에 다는 장식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풍탁은 말갈 지배 지역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유물이라 이번 발굴의 의미가 크다. 말갈은 6~7세기 만주 동북부와 한반도 북부에 거주했던 종족이다.

이번 발해 보루 조사는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고고민족지연구소와, 카자흐스탄의 카타르토베 고분군 조사는 카자흐스탄 고고학연구소와 각각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소는 지난해의 1차 발굴에서는 성벽과 문지 등을 조사했다. 이번 2차 발굴에서는 성내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0여 기의 수혈주거지와 저장구덩이를 비롯해 석축벽 기초 등을 확인했다.

연구소는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우리나라와 형태 구조적으로 유사한 고분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간 고대 문화의 교류 양상을 파악하고자 했다”며 “카타르토베 고분군은 알타이산맥과 천산산맥 사이,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이동 경로 상에 위치해 동서 간 교류 양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유적”이라고 강조했다.

조사된 고분은 총 3기(기원전 5~3세기)로, 흙으로 봉분(지름 27~36m)을 만들거나 그 위에 돌을 덮은 형태이다. 봉토 내부에는 매장시설이 하나인 단곽식(4-10호분)과 주곽(主槨, 한 무덤 안의 여러 곽 가운데 중심이 되는 인물의 주검을 넣은 곳) 외 추가곽이 있는 다곽식(2-1, 8호)이 함께 확인됐다.

아울러 매장시설 내부에서는 금제 단추 등 당시 카자흐스탄 황금 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금속 유물을 비롯해 청동거울, 골제 화살촉, 토기 등이 출토됐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를 통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한반도 고대 국가 ‘발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당시 발해가 토착세력인 말갈을 복속·병합하는 과정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 나간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의 고분에서 우리나라 삼국 시기에 확인되는 축조방식과 매장방식, 황금문화 등 우리 고대문화의 계통을 추정할 수 있는 흔적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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