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가 대전 회덕 동춘당 일원에서 진행된 가운데 법도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권 시장의 해설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전 문화 뿌리 찾기… “교과서보다 훨씬 재밌어요”
대전시, 중등도서 발간 폐지… 문화재탐방으로 전환
송준길 선생 아호, 同春 “살아 움직이는 봄 같아라”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의 역사 문화 뿌리 찾기 사업의 하나로 19일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가 진행됐다. 답답한 교실을 떠나 대전 동춘당 문화재 탐방에 나선 학생들의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인다.

법동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보물 제209호 대전 회덕 동춘당과 지난 8월 새롭게 중요민속문화재 제289호로 지정된 대전 동춘당 종택과 제290호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 등을 탐방했다.

권선택 시장은 깜짝 해설사로 나서 “송준길 선생이 낙향해서 자신의 아호인 동춘을 따서 지은 별당이 바로 동춘당이지요”라며 학생들에게 훈장 노릇을 해 흥미를 더했다. 학생들은 과거시험에 합격한 유생들의 복장으로 시장과 함께 다식만들기, 투호 던지기 등 체험을 하며 즐거워했다.  

▲ 19일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가 대전 회덕 동춘당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권 시장이 해설사로 등장해 미니마이크를 들고 학생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박훈배 대전문화관광해설사와 대전시 문화재종무과 관계자, 시민도 참여해 학생들과 함께 우리 역사문화의 향기를 더듬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박훈배 해설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춘당이 보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건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선생이 태어나 생활한 곳”이라며 “그의 선비정신을 기리며 안채와 별채, 별묘, 가묘 등이 세트로 남아 있어 조선 중기 이후 충청지방 사대부가의 건축 양식과 기술을 보여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물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이웃에 산재해 있는 유사한 별당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대표가 될 만한 정갈함과 균제감을 보여주는 탓이며 애써 치장하지 않은 단아한 모습은 동춘 선생의 인품을 대하는 듯하다”고 했다.

▲ 19일 대전 동춘당에서 열린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 가운데 권선택 시장이 유생들과 함께 다식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도윤 학생(법도중 1년)은 “답답한 교실을 떠나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오기 전엔 동춘당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구재모 학생은 “야외수업을 하니 오늘 배운 내용이 오래 기억날 것 같다”며 “동춘당 같은 문화재가 우리 가까이 있는 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밭문화마당 윤정원 강사는 “학생들이 평소에 지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며 “학생들이 직접 와서 보고 체험하는 것이 소중한 추억이 되고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19일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가 대전 회덕 동춘당 일원에서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전시는 2005년부터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각각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 ‘대전의 역사와 문화’라는 참고도서를 눈높이에 맞춰 편찬하고 학교 측에 전수 배부해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대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 홍보해 왔다.

10년이 넘게 이어온 대전시의 뿌리 찾기 노력에 대해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되자 대전시는 2015년 설문 결과와 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중등 도서를 폐지하고 문화재 탐방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시와 시 교육청, 대전문화유산협회가 협력해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시는 동춘당, 우암사적공원, 단재신채호생가지 등 대전의 대표적인 유적지와 역사박물관, 족보박물관(뿌리공원), 구충남도청사(근현대사전시관), 무형문화재전수회관 등 7개소를 정해 코스별로 운영하고 있다.

▲ 19일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가 대전 회덕 동춘당 일원에서 진행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동춘당 현판은 송준길 선생이 돌아가신 지 6년 후 우암 송시열이 숙종4년(1678) 직접 써서 걸어둔 것이다. 송 선생의 호 ‘동춘당(同春堂)’은 “인(仁), 춘(春)을 구한다, 즉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라는 뜻이 담겨있다.

송 선생(1606~1672)은 조선시대 후기 성리학자로 예학(禮學)에 밝았고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 그는 이이(율곡)의 학설을 지지하고 13촌간 조카벌이었던 우암 송시열과 학문적 경향을 같이 했다. 그의 시호는 문정(文正)이었다.

김은옥 대전시 문화재정책담당사무관은 “전국 어느 지자체도 중학교 1학년 전체에 대한 탐방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전시는 앞으로도 매년 중학교 1학년생에게 문화재 탐방 기회를 제공해 대전의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 더 나아가 대전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19일 ‘권선택 대전시장과 함께하는 중학생 문화재 탐방’ 행사가 대전 회덕 동춘당 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 공보실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전시 문화재 탐방행사는 전체 88개 중학교 1학년 511학급 1만 5420명 중 63%가 넘는 61개교 318학급 1만 162명이 참여를 신청해 지난 18일 현재 36개 중학교 1학년생 163학급 5475명이 탐방 체험을 했다. 앞으로 오는 12월 9일까지 25개교 155학급 4587명이 탐방에 참여할 예정이다.

개선할 점은 참여 시민 가운데 “청소년의 흥미를 끌기 위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뿌리공원 한국족보박물관이나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박물관 ‘세종이야기’처럼 옛것을 일부 현대화된 표현으로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 주변에 설치하면 아이들이 더욱 집중해서 역사문화를 공부할 수 있을 것”이란 제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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