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19일 오전 7시 18분쯤 30대 승객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루 평균 8건 고장… “부실공사 때문”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승객의 생명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도어(승강장안전문)가 오히려 승객 생명을 빼앗는 참사가 잇따르고 있어 스크린도어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하차하던 승객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8분 김포공항역 상선 4-1 승강장에서 승객 A씨(36)가 하차하던 중 스크린도어에 끼었다. 이 상태로 전동차가 출발했고 승객은 비상출입문을 통해 밀려 나왔다.

사고 직후 119 구급대가 출동해 A씨는 오전 7시 53분 고양명지병원에 도착했지만 오전 8시 18분 숨졌다. 이송 당시 이미 호흡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시 안전예산과 관련된 조정회의를 주재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보고를 받자마자 회의를 중단하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현장을 점검한 뒤 페이스북에 “김포공항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안전사고는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희가 추진해 온 대책의 부족한 부분을 이번에 재평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글을 남겼다.

이번 사고는 지난 5월 우리 사회를 뒤흔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직원의 사망사고 이후 불과 다섯 달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고로 스크린도어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올해 2월에도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80대 할머니가 승강장 스크린도어 벽과 열차 사이에 끼여 숨졌다. 열차 문에 낀 가방을 빼내려다 변을 당했다. 지하철 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이 할머니가 끼여 스크린도어가 다시 열렸지만 차장과 기관사는 상황을 살피지 않고 열차를 출발시켰다.

스크린도어 고장과 장애를 정비하는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지는 황당한 사고도 무려 세 차례나 있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19세 용역업체 직원 김모군을 포함해 최근 4년 새 3명이 작업 중에 사고로 숨졌다.

서울시는 구의역 사망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센서를 승강장 쪽에서 수리정비가 가능한 레이저 센서로 순차 교체하는 등의 관련 안전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시의 스크린도어 전수조사 307개의 역사 중 총 101개 역사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터진 김포공항의 경우 전면교체 대상에 포함됐었다. 서울메트로는 121개 역 중 58%에 달하는 70개 역,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57개 역 중 20%인 31개 역에서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스크린도어는 하루 평균 8건, 5년간 1만 4520건의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 307개 역사에는 총 6만 4508개의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 8월까지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1만 4250건의 고장이 발생했으며 이는 하루 평균 8건, 연평균 약 3000건에 달한다.

안 의원은 저가낙찰과 공사 기간 단축에 따른 부실공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서도 최저가 낙찰로 설치된 스크린도어의 고장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 의원은 “서울시는 근본적인 안전 확보를 위해 고장과 장애 원인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 개선과 시설 교체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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