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건물에서 비공개 설명회를 마치고 나오자 학생들이 “사퇴하라 비리총장”이라고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비공개 설명회 열었지만… 학생들 시위 “비리총장 사퇴하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자부심이 무너지는 느낌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다니는 딸을 만나러 학교를 방문했다는 A씨(50대, 여)는 17일 이화여대 교내 ECC건물에 붙은 학생 자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 자보에는 최근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사특혜 의혹과 관련해 풍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의 딸 B(20대, 여)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난 뒤 이화여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횟수로 6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B씨를 통해 A씨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이대가 얼마나 학사관리에 엄격한지 딸애가 지각을 피하기 위해 뛰어다녔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이화여대에는 필수이수 과목인 채플이 있는데 채플은 1초만 지각을 해도 출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최순실씨의 딸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학교가 의혹에 휩싸이는지 모르겠다”며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런 일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입학특례와 학사특례까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화여대가 체육특기자 입학가능 종목을 확대 시행한 해에 정씨가 승마특기생으로 입학을 한다. 입학 과정에서 정씨는 금메달을 착용하고 면접을 봤고 입학 처장은 ‘금메달을 가지고 온 학생을 뽑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례적으로 원서 마감일 이후 수상 실적이 반영된 것도 정씨의 입학에 비리가 있다는 의혹을 키웠다. 학사특혜 의혹의 경우 학기 전체를 출석하지 않았지만 학칙이 개정돼 학점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한 형식의 과제물을 제출하고도 B학점을 받았다는 것 등이 있다.

정씨가 이메일로 자료를 제출할 때 과제물을 첨부하지 않자 이를 확인한 담당 교수가 ‘앗 자료가 첨부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교수가 학생에게 지나치게 친절을 베푸는 모습은 여러 의혹을 키우는 꼴이 됐다.

▲ 17일 이화여자대학교 ECC건물에 최순실씨의 딸(정유라)에게 담당 교수가 보낸 이메일 내용을 풍자한 자보가 붙어 있다. 정유라씨에게 과제물 첨부가 안 된 이메일을 받은 담당 교수는 답장을 보내며 ‘앗 자료가 첨부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교수가 학생에게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지적과 친절한 이유가 정씨의 어머니 최씨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딸애를 통해 접한 학교의 모습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학교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어요. 이화여대가 학생들 지도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실망이 큽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큰 잘못이라고 말하는 A씨는 최경희 총장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A씨는 “학생과 학부모, 교수에 이르기까지 학교 명예가 실추되고 좌절감을 느끼는데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며 “최 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본관에서 80일 넘게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공정하게 밝힐 것은 밝히고 고칠 것은 고쳐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씨에 대한 이대의 특혜 의혹은 학생 사이에서도 공분을 사고 있었다. 학내 ECC건물에 붙은 자보를 본 한 학생은 “‘앗’이라니 교수님이…”라며 비웃고 지나갔다. 학내 한 건물에서 자보를 붙이고 있던 다른 학생은 인터뷰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정씨에 관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같은 학생 입장에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학교 입구에서는 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총학생회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학생은 지나가는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동참해주세요.”

길을 걷던 학생들이 걸음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총학생회가 나눠주는 시위 팻말을 들고 하나둘 총학생회장 주위에 함께 섰다.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지금의 학교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덮으려고만 한다”며 “이사회는 이번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 총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즉각 정유라씨의 입학·학사 특혜에 대한 감사를 하라”며 “총장과 학교 당국은 각종 특혜를 제공해 이화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이화인에게 대대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17일 학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최 총장의 비리 의혹을 규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이날 학교 측은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학교의 공식해명을 밝힌다며 언론을 제외한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설명회가 진행되는 교내 이삼봉홀 입구에 모여 “사퇴하라. 비리총장”을 외치며 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이 점거하고 있는 이화여대 본관 입구에 17일 시위 일수(82일)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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