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서가현(가명, 25, 여, 서울시 마포구)씨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법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꽃페미액션’ 서가현씨 인터뷰
“여성만 처벌 받는 사회 제도”
“낙태 금지, 사회적 혼란 가중”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모자보건법은 전체적으로 수정돼야 하지만, 낙태가 형법상 죄라고 돼 있는 현실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서울 마포구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17일 오후 만난 서가현(가명, 25, 서울시 마포구)씨는 출산율에 따라 입맛대로 여성의 몸을 정부가 통제한다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대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에 소속된 활동가다. 이 모임은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한 계기로 지난 5월 결성됐다.

서씨는 “정부가 인구가 많으면 아이를 적게 낳으라고 하고 출산율이 줄어들면 낙태법을 강화하는 앞뒤가 안 맞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또한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양육할 여력이 안 되는데 정부는 일단 낳으라는 식의 태도”라며 “낙태는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미혼모와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9월 22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현행 의료법 시행령에 ‘비도덕적 진료 행위’의 항목으로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하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포함시키고, 이를 시술한 의사는 최대 12개월까지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대한민국 법률상 모자보건법에 의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낙태는 불법이다. 더불어 이를 부추기고 종용한다면 낙태종용죄에 해당한다.

그는 여성 선택 권리를 말하면서 “최근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폴란드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의 시위가(검은 시위) 세계적 이슈가 됐던 것 역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여성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씨는 모자보건법에 대해 “전체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모자보건법의 이름부터 어미 모 아들 자만 써서, 모녀 보건법은 왜 안 되고 아비 부자는 왜 없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낙태는 형법상 죄이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의 몸인데 존중이 필요하다”며 “형법에 낙태죄가 사라지면 낙태와 관련한 조항은 없어져 의료·보건 책임 아래 권리가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이 11월 2일부터 낙태가 안 되면 사실상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출산해서 키워야 한다”며 “사회적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는 낙태가 모자보건법에서 명시한 임신부나 배우자가 ▲유전적 정신장애,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강간 ▲산모의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다. 합법적인 낙태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불법낙태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간 낙태 수술은 약 17만건. 이 중 69%는 원치 않는 임신(43.2%), 경제적 사정(14.2%), 주변의 시선(7.9%) 등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로 모두 불법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개정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11월 2일부터 전면적인 시술 중단에 나설 방침이다. 이들은 사회적 현실을 무시하고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임신중절수술을 포함시킨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임신중절이라고 하면 생명권과 선택권이 대립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일단 임신은 선택이 아니다”며 “복지부는 임신중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서 보건의료인을 위축시켜 임신중절을 받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태아가 생명이라면 정자가 생명이고 암세포도 생명”이라며 “낙태죄는 여성만 처벌 받는 남성 중심적 사회 제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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