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통일교육문화원 평화교육연구소장

 

타이타닉은 사실상 흥행 1위의 영화이다. 흥행 여부를 떠나 한편의 로맨틱 영화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주인공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은 가난한 화가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돈과 권력 앞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기도 한다. 잭의 연인인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는 돈 많은 사업가와 약혼한 여자다. 타이타닉이라는 세계 최고의 배에서 열리는 파티도, 돈과 보석도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찬 귀족과 거부 그리고 정치가들에게 냉소를 보내기도 한다.

어느 날 밤 그녀는 물결치며 달리는 타이타닉호에서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려 한다. 가식적이고 타율적인 삶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다. 그 때 잭이 로즈를 설득하며 말렸고, 배 난간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한 로즈를 구해준다. 그리곤 두 사람은 곧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물론 영화지만 스토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시사점이 크다. 우선 잭은 가난했지만 자기만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돈과 권력 앞에서도 당당했다. 로즈는 돈 많은 남자를 약혼자로 두었지만 그것은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했고 급기야 목숨까지 끊으려 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가식과 위선 그리고 돈과 권력이 아닌 자유와 사랑을 찾았던 것이다. 자신을 옭아매는 답답한 삶의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트 플라이(Great Fly)이다. 잭과 로즈 두 사람은 타이타닉호의 선수에서 양팔을 날개처럼 펼치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것은 ‘대자유’를 향한 비상이다. 마침내 온갖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나 대서양의 밤공기를 가르며 장자의 대붕처럼 자유와 파라다이스를 향해 비상했다.

장자의 말이 나왔으니, 장자 소요유 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혜고부지춘추(蕙蛄不知春秋) 조균부지회삭(朝菌部知悔朔). 즉 매미는 여름 밖에 모르고, 아침 버섯 또는 하루살이는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매미는 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알지 못한다. 오직 여름 한 철 밖에 모른다. 그렇게 길고 아름다운 사계를 알기에는 너무 짧은 시기를 살 뿐이다. 이어서 허리춤을 나르는 뱁새가 구만리를 나는 대붕을 비웃는다. 허리춤만 날아도 지렁이를 맛있게 먹고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 수 있는데 대붕더러 쓸데없이 왜 그렇게 높이 나느냐는 말이다. 세상과 대자연을 보는 안목은 아무래도 뱁새보다는 대붕이 더 넓을 것이다. 해서 허리춤에서 날며 지렁이를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만리를 날아 남명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유는 대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다.

한 가지 더 얘기해보자. 어린왕자의 한 대목이다. “이 그림이 무섭지 않나요?, 그러자 모자가 왜 무섭니? 나는 모자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이었다. 나는 다시 보아뱀 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려주었다.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그림을 그려주자 어른들은 그제야 내 그림을 이해했다.”

인간은 어떠한 편견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속박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남을 의식하고 타율적인 삶이 아니라 자기가 주인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또 무엇이 본질이고 참인지 왕왕 살피고 고민해야 한다.

통일문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만 천착해선 곤란하다. 그 내면을 보아야 진실을 알 수 있다. 사물에 대해 생각이 유연하고 자유로우면 더욱 좋다. 가식과 위선을 떨쳐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을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 한반도 통일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상들의 이면을 살펴보자. 모자 그림이 아니라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것을 알 수 있었듯이 말이다. 뱁새가 대붕을 비웃어도 자유를 향해서 날아가듯 가치나 제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자. 그래야만 비로소 파라다이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한반도가 통일을 이루는 것이 어떤 영화보다, 고전보다, 소설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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